숙명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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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읽을 것이 없다 싶을 때 검색하게 되는 이름,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작품이다.

비장해 보이는 두 어절의 단어 아래 이번에는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기대가 되었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는 2020년에 번역되어 출간된 것 같은데 작품이 지어진 해는 1990년이다.

그래서 경찰이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지 않아 전화를 할 때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등 배경이 현재와는 다르다는 점은 읽기 전에 참고해야 한다.

(하지만 추리가 많이 필요한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배경이 그리 거슬리지는 않을 것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누군가가 죽고 범인을 찾기 위한 경찰이 주인공이다.

도입 부분에서 한 지체장애인 여성의 석연치 않은 죽음이 등장한 뒤 오랜 시간이 흘러 꽤 규모가 있는 기업의 차기 대표이사가 전 대표이사의 유물이었던 석궁으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두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한 경찰의 시각으로 작품은 진행된다.

이 작품의 특징이라면 살인 사건과는 별개로 주요 등장인물들이 사건 훨씬 전부터 이미 아는 사이였다는 것이 이야기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는 것이다.

유력한 용의자 중 한 명이 학창 시절 숙명의 라이벌이었고 그의 아내가 주인공의 첫사랑인 상황.

살인사건의 조사로 만나게 된 세 사람의 과거 이야기가 사건에 흥미를 더해준다.

어쩌면, 하고 미사코는 생각한다.

말하자면, 보이지 않는 실이 아닐까.

그 실이 아직 존재하고 있어서 지금도 내 인생을 조종하는 게 아닐까...

특이하게도 이번 작품에서는 주인공 형사가 살인사건 자체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살인사건의 해결은 주변 경찰들의 활약으로 해결되지만 세 사람의 관계가 이 사건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를 파헤치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에 가깝고, 따라서 작품의 주인공은 이 부분을 밝혀내는 데에 더 집중한다.

"내게 어떤 피가 흐르는지는 관계없어. 중요한 건 내게 어떤 숙명이 주어졌는가야."

살인사건에 얽힌 트릭은 메인 이야기의 곁가지에 지나지 않지만 그 트릭도 식상하지 않고 메인 이야기에 담긴 스토리라인은 더욱 재미있다.

단순히 살인사건만 있거나 출생의 비밀만을 밝혀내는 작품이었다면 그리 인상 깊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 둘이 합쳐지니 상당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언급은 피하겠지만 나름 반전이라면 반전이라고 볼 수 있는 결말이어서 개인적으로 저자의 작품을 꽤 읽은 편이지만 그중에서도 재미있었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워낙 다작을 하는 작가여서 내가 작가의 작품을 읽어내는 속도보다 작가가 신작을 내는 속도가 더 빠르지 않나 싶을 정도로 아직 읽을 작품이 많이 남아 있다.

그의 책을 꽤 읽은 편인데 읽었던 모든 작품들이 재미 면에서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앞으로도 책장이 허전하다 싶으면 그의 작품들을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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