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이 대여한 책인데 본인 취향이 아니라며 반납한다길래 반납 전에 후다닥 읽어본 책이다.
정직한 제목 그대로 리빙스턴 씨가 운영하는 한 서점에서 일어나는 두 커플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까칠남 코스프레를 잘하는 달빛서점 주인 리빙스턴 씨와 일자리를 찾아 무작정 런던으로 온 고고학자로 정식 직장을 찾을 때까지 달빛서점에서 임시 직원으로 일하게 되는 아그네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물론 둘이 커플이 되는 지나치게 식상한 전개는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서점'이라는 배경에 걸맞게 책과 출판에 관련된 용어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중 아그네스의 친구가 즐겨 읽는다는 '필굿 소설'이라는 장르가 등장한다.
'필굿 소설'이란 등장인물들이 골치 아픈 사건에 휘말리지 않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정의하며 리빙스턴 씨가 그런 책만 읽는 사람들을 약간 무시하는 느낌으로 사용하는 용어인데, 재미난 점은 이 소설이 '필굿 소설'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이 작품에서는 '사건'이라 부를만한 일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도난 사건이 슬쩍 등장하나 싶더니 그저 등장인물들 간의 해프닝 정도로 마무리되며, 두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K-드라마처럼 '제3자가 얽히고 오해가 쌓이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울고 짜고...' 이런 부분이 거의 없거나 아주 짧게 다뤄진다.
그럼 사실 재미가 없어야 할 텐데 이상하게 또 끝까지 읽게 되는 매력은 있었다.
솔직히 문학과 그리 친하지 않고 이런 장르와는 특히 더 거리가 먼 편이라 읽으면서도 '왜 계속 읽고 있지?' 싶은 순간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게 된 원동력은 빠르게 진행되는 전개와 영미 문학 전반에 걸친 폭넓은 이해에서 오는 인용구들 덕분이었다.
'서점 주인'이라는 설정에 걸맞게 리빙스턴 씨의 대사에는 영미 문학에서 인용한 문구들이 많이 등장한다.
셰익스피어 작품들에서부터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에 이르기까지 꽤 범위가 넓어서 영미 문학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작품을 즐길 수 있겠다 싶다.
하지만 나처럼 영미 문학을 잘 모르는 독자라 하더라도 내용이 워낙 심플해서 걱정할 부분은 전혀 없으며 역자의 주석도 중간중간 잘 달려 있어서 그 정도만 숙지해도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여하간 그리 복잡하지 않은 영국의 변두리 지역에서 펼쳐지는 소소한 사랑 이야기들인지라 따뜻한 감성으로 힐링이 되는 이야기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