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하시대 - 당신은 게으른 게 아니라 진심으로 지쳤을 뿐이다
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1월
평점 :
절판


직관적인 제목을 가진 책.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금 시대가 과부하를 불러오는 걸 넘어 과부하를 찬양하는 시대라는 사실에 어느 정도는 동의할 것이다.

인류를 편안하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기술이 발전한 시기지만 사람들의 노동 시간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무한 경쟁 속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쁨을 자랑하고 번아웃이 된 자신을 뿌듯해(?) 하는 기묘한 문화마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런 문화가 우리의 삶을 좀먹는다는 당연한 진리를 담담한 문체로 전달하며 사람들을 소진시키는 문화에 경종을 울려준다.

우리 삶에 과부하를 가져다주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상당한 것들은 우리도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착취하는 수준으로 몰아대는 완벽주의부터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업무 관련 연락들, 사람들의 화려한 모습만을 부각시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내지는 '나도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와 같은 생각을 갖게 하는 SNS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좀먹는 요인은 다양하다.

책에서 다양한 원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수면'은 그 자체로 과부하의 원인이자 결과가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당연히 기력이 소진되기 쉽고, 기력이 소진되어 과부하가 오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점점 더 기력이 소진되는 악순환으로 빠져들기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면 부족은 건강에 또 다른 악영향을 주어 점점 더 회복이 어렵게 만든다.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의 악순환에 빠지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하면

지방이나 설탕 함량이 높은 음식, 즉 정크푸드가 당기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들은 몸의 쾌락 정서에 신호를 보내서 뇌의 보상 중추를 만족시킨다.

잠이 부족하면 이런 보상 중추가 활성화되고(그래서 쾌락을 갈망하고),

그사이 실행 기능은 억제되어 실제로 의지력이 약해진다.

(pg 66)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스트레스 외에도 상당히 많지만 스마트폰, 특히 SNS의 과도한 노출도 한몫한다.

특히 SNS는 우리의 시간만 빼앗는 것이 아니라 정신 건강 전반을 악화시킬 수 있다.

"i세대의 정신 건강이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위기에 놓여 있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동시에 발전하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강도의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소외받는다고 느끼는 청소년 수가 모든 연령 집단 가운데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외로움이 증가한 것처럼 소외받는다고 느끼는 비율이 빠르고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pg 70)

사실 우리가 소진된다고 느끼는 이유들은 그리 새로운 것들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결 방법 또한 아주 참신한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스스로 자주 확인하고, 그때 필요한 것을 보충하는 것이 전부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수면 시간을 절대적으로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고, 업무가 너무 많다면 타인의 눈에 거슬리는 한이 있어도 업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쉬는 시간에 자신의 삶을 산만하게 만드는 것들(SNS, OTT 시청, 뉴스 검색,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아닌 사회생활에 필요하다고 생각해 갖는 약속 자리 등등)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취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등산을 추천하는데, 실제로 자연의 흙을 밟을 때 우리 몸속으로 흙 속의 미생물들이 들어오면 세로토닌이 분비되기 때문에 정신건강에 굉장히 좋다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를 지나치게 신경 쓰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신의 경험을 온전히 소화하는 능력이 약해서 포화 상태가 되고

과부하에 취약해진다.

(pg 103)

일상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들으면 '말이야 쉽지' 하면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게 마련이겠지만, 사실 저자도 쉽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반드시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는 '의식적인 시도'가 선행되어야 하고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누구나 빛과 그림자를 비롯해 타고난 성향이 있지만 우리에겐 훈련이란 선택지가 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동안 살아온 방식을 이해하고,

앞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선택을 훈련하라.

매일 조금씩이라도 '뭔가를' 해보라.

(pg 267)

270여 페이지 정도로 길지 않고 삽화도 꽤 많은 편이어서 읽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 책이다.

저자가 '과부하'에 걸리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의도로 쓴 책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것 역시 최대한 부하가 걸리지 않게 하려는 생각으로 집필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삽화들이 내용에 부합하면서도 굉장히 웃긴데,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pg 50)

사실 현대인에게 피로와 스트레스는 삼시 세끼 챙겨 먹듯 일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쌓이고 있는지를 의식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쌓이고' 있으며 적절히 해소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우리를 주저앉히고 말 것이라는 점이다.

아주 대단한 통찰을 가져다주는 책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자신의 부하를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는 작은 시도들을 해볼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두루 읽어봄직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은 사람과 생각과 정보를 '연결'해주려는 목표로 발전해왔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갈수록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더 많이 고립된다는 보고가 끊임없이 나온다.

왜일까? 우리의 심신이 꼭 그만큼만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pg 1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