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그렇다 보니 나도 가끔 집사람에게 왜 뜨개질을 하는지 물을 때가 있다. (사람들이 나한테 술 왜 마시냐고 묻는 것과 같이 매우 어리석은 질문이라는 점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집사람은 마치 스님이 도를 닦듯이 명상하는 작업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나 같은 사람과 살려면 매일 참선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할 테니 그 마음이 일면 이해가 갈 때가 있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본업은 코딩이고 본인의 직업을 매우 사랑하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트레스가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럴 때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데 집중함으로써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덕질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 빠지다 보면 일반 사람들은 해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을 일들을 벌이게 되는데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저자가 직접 실을 염색하는 것에 도전했던 것이다.
얼핏 생각하기에도 실 염색은 공장이 아니면 옛날 가내수공업 방식(전문용어로 노가다)으로 해야할 것 같은데, 저자 역시 아보카도 40개를 직접 손질해가며 실 염색에 도전하는 과정이 재미나게 서술되어 있다.
물론 그 결과물은 아래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