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의 단편집으로 처음 나온 지는 꽤 된 작품인데 몇 년 전 살짝 개정되어 나온 버전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표제작인 '오빠가 돌아왔다'를 포함한 여덟 작품을 수록한 책으로 각각의 길이가 그리 길지 않아서 다 읽는다 해도 짧은 장편 한 권 정도의 분량이라 읽는 부담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도 그 안에 각기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상당히 인상적인 삶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명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단편집을 읽을 때면 습관적으로 각각의 작품들에서 보이는 공통점이 뭘까를 찾게 되는데, 이 책에서는 쉽게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절대 원치 않았던 만남'이다.
그리 친하지도 않았는데 이상한 쪽으로 사상이 트여 불쑥 찾아온 대학 동창, 이삿날 자신의 짐을 아무렇게나 대하는 안하무인의 이삿짐센터 직원, 집 나갔던 오빠가 불쑥 데리고 들어온 모르는 여자, 남 몰래 마음에 품었지만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사별을 겪은 친구, 원나잇이나 하려고 했는데 사랑한다고 진득하게 달라붙는 여자, 1년의 마지막 날 밤 업무 때문에 찾아온 남편의 직장 상사, 수영장에서 만난 이성의 중학교 동창, 결혼 전 친구들 모두와 아무렇게나 관계를 가졌던 한 여자 동창생에 이르기까지...
정말 인생의 어느 순간에 어떻게 만나도 그저 최악이라는 말만 나오게 될 만남을 주제로 여덟 개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살면서 겪기 쉽지 않은 형태의 삶들이지만 그런데도 묘하게 공감이 되면서 불편해진다.
제발 저런 상황은 겪어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불쾌한(?) 사연들이 이어지는데 그러는 와중에도 작가의 맛깔나는 문장들이 읽을 때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첫 작품인 '보물선'은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는데 '돈에 미친 사람'과 '사상에 미친 사람'이 만나게 되면서 겪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 날 '돈에 미친 사람'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자신이 객관적으로 어떻게 보이는지를 자각하게 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