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도덕경 해석본은 읽어본 적이 있어서 노장사상의 다음 타자(?)인 장자의 저술이 어떤 느낌인지도 읽어보고 싶었다.
찾아보면 이미 상당히 많은 책들이 나와 있는데 가장 최근에 발간되었기도 하고 장자의 원문과 역자의 해설이 같이 실려있다는 소개에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받아들면 일단 그 묵직함에 한번 놀라게 된다.
한자 원문까지 하나하나 따져보면서 읽는 사람에게는 물론 힘든 여정이겠으나, 나처럼 해석된 부분과 역자의 해설만 읽는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금방 읽을 수 있으니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읽는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이해도 빠를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장자가 말하는 '도'의 개념이 원래 어렵기도 하지만, 이런 동양 고전은 본래 금방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이해하며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비유도 많고 말장난 같은 부분도 많아서 한참 읽은 것 같은데 그동안 뭐 읽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 경우가 많아 진도가 팍팍 나가는 느낌을 주는 책은 분명 아닐 것이다.
800페이지 정도의 분량에 내편, 외편, 잡편을 합쳐 총 33편의 글이 실려 있다.
이 중 장자가 직접 썼다고 추정되는 것은 내편에 수록된 7편 정도이고, 외편과 잡편은 후학들의 손길이 닿았을 것이라 추정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외편과 잡편에 이르러 이해되는 부분이 좀 더 많았던 것 같은데, 내편을 읽고 외편과 잡편으로 넘어가서인지, 이해를 돕기 위한 후학들의 서술이 덧붙여져서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편에서 언급한 내용이 외편과 잡편에 부연하는 식으로 구성된 글들이 많아서 되도록이면 순서대로 읽는 것을 권하고 싶다.
긴 내용이지만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도의 흐름대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공자는 틀렸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후자에 대한 비중이 생각보다 큰데, 인의예지라는 인간 사회의 형식과 규칙을 중시했던 공자의 사상이 모든 인위적인 것들을 지양하고자 했던 노장사상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한다.
장자는 공자가 인간이 설정한 관념을 사람들에게 심어줌으로써 오히려 사람들을 현혹시킨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