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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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창식이 형의 '숨'을 읽고 꽤나 감명을 받았던 터라 주저하지 않고 읽게 된 그의 첫 단편집이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총 여덟 편의 중단편 소설들이 수록되어 있고 그중 에이미 아담스와 제레미 레너 주연의 영화 '컨택트'의 원작이자 책의 제목과 조금 다른 제목을 가진 '네 인생의 이야기'가 가장 유명하다.

영화가 원작과 상당히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원작에서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영상으로 잘 옮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그 영화도 엄청 재밌게 봤던 터라 원작을 읽는 재미가 상당했다.

물론 다른 작품들 역시 저자의 명성답게 상당한 재미를 가져다준다.

그때 내 머릿속에 떠오르게 될 생각. 너는 명백하게,

기가 막힐 정도로 나와는 다르다는 사실.

이 생각은 네가 나의 복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내게 또다시 일깨워줄 거야.

너는 매일처럼 내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소중한 존재이지만,

나 혼자 만들어낼 수 있었던 존재는 결코 아니야.

'네 인생의 이야기' 중

개인적으로는 읽는 순서가 반대였기 때문에(그의 두 번째 책을 먼저 읽었으니) 두 책의 분위기가 생각보다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특히 첫 작품인 '바빌론의 탑'이나 '일흔두 글자', '지옥은 신의 부재' 같은 작품들은 SF와 판타지의 경계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 둘의 명확한 구분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저자가 하드 SF를 추구한다는 것을 상기하면 다른 작품들과 다소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세 작품 모두 우리의 현실과 비슷하면서도 중요한 것들이 하나씩 매우 다른 세계를 인상적으로 창조해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지옥은 신의 부재'는 드라마 '지옥'의 세계관을 떠올리게 했다.

(물론 이 작품이 더 오래된 작품이므로 영향을 받았다고 치면 드라마가 이 작품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겠지만 내 추측일 뿐이다.)

그가 지옥에 가고 사라가 천국에 가는 것과, 두 사람 모두 지옥으로 함께 가는 것 중에서

양자택일을 하라면 그는 후자를 택했을 것이다.

아내와 이별하는 것보다는 그녀가 신으로부터 영원히 추방되는 쪽을 원했던 것이다.

이기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감정을 바꿀 수는 없었다.

어느 쪽으로 가든 사라는 행복할 터였지만,

그는 오로지 그녀와 함께 있는 경우에만 행복해질 수 있었다.

'지옥은 신의 부재'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마지막 작품인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소고'였다.

여기서는 타인의 얼굴을 볼 때 예쁘거나 잘생겼다는 판단을 내리는 뇌의 중추를 일부 제약해 외모로 인한 차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사람들이 이에 대한 갑론을박을 벌이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 역시 외모지상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곳이기 때문에 이런 논의가 발생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기대가(?) 되기도 했다.

만약 사람들이 겉모습으로 서로를 판단하지 않는 환경에서 살 수 있다면?

그런 환경에서 우리의 자식들을 기를 수 있다면?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중

역시 읽고 나니 현존하는 최고의 SF작가라고 추앙받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몰입도는 말할 것도 없고 저자 특유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었다.

작품을 많이 발표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국내에서의 인지도도 상당하다고 하니 앞으로도 많은 작품들이 더 소개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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