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이 길지 않다면 그럭저럭 위로하며 지나갈 수 있겠지만 병세가 쉽게 좋아지지 않고 장기화되면 곁에 있는 사람들도 지치게 마련이다.
솔직히 '그럼 뭐 어쩌라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
내 동생 역시 중학생일 때부터 우울증이 있었으니 근 15년을 우울증으로 고생하다 간 케이스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적잖이 피로감이 있었던 것 같다.
홀로 부산에 내려가겠다며 가족들을 떠나서 살았으니 강제로 병원을 데려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 큰 성인을 억지로 부모님 계신 곳으로 끌고 올 수도 없었다.
정신적인 문제이니 병을 불러오는 원인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심리치료를 통해 몇 가지 이유를 찾아냈다.
피플 플리저(people pleaser)로 부모님의 기대를 채우기 위해 살아왔던 어린 시절, 초등학교 때 겪은 왕따 경험, 가스라이팅 고수였던 전 직장 대표 등이 그것이다.
최근에 읽은 책 '나는 소속되고 싶다'에서 피플 플리저는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정신 질환을 앓기 쉽다고 했었다.
저자 역시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고 타인의 기대에 도달하지 못하면 심하게 좌절하는 등 전형적인 피플 플리저의 모습이 책 곳곳에 보이는데 이것이 발병에 큰 원인이지 않을까 싶었다.
내 동생 역시 '독립해야 한다'라는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특정 나이가 되면 부모 곁을 떠나는 것이 당연하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것을 주입받고 자라서 그런지 나이 먹고 부모님한테 신세를 져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었다.
(그래봐야 떠날 때 당시 나이가 서른이었으니 사실 좀 더 기대도 될 나이긴 했다.)
물론 부모님 입장에서는 옳은 교육을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항상 너의 뒤에 있을 테니 언제까지고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하고 살려무나'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하지만 나는 동생에 비하면 매우 운이 좋았던 케이스라서 동생이 겪은 어려움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 나도 인생이 잘 풀리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여하간 저자의 병세도 현재진행형이니만큼 책에 뭔가 끝맺음이 있지는 않다.
다만 우울증을 겪는 환자의 사고와 행동이 어떤 형태를 보일 수 있는지 관찰할 수 있는 책이라 보면 되겠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저자를 보며 위로를 받을 수도 있겠다.
증세가 꽤 호전된 후에 쓴 글이겠지만 아래와 같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물론 저자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