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어릴 적 뇌에 문제가 있어 뇌의 절반을 적출한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인간의 신체 기관 중 단연코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뇌를 절반이나 들어내고도 정상적인 삶이 가능했을까?
놀랍게도 본인이 먼저 밝히지 않는 이상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잘 지냈다고 한다.
심지어 선천적으로 뇌의 반쪽만 가지고 태어난 아이 역시 대여섯 살이 될 때까지 부모도 아이의 장애를 인지하지 못했을 정도로 큰 불편함 없이 생활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저자는 우리의 뇌가 정해진 기능을 단순하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되지 않은 채로 태어나 살아가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우리의 뇌는 외부 자극이 어떻게, 얼마나 들어오느냐에 반응해 스스로 모양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이 과정이 책의 원제인 'Livewired', 즉 스스로 배선을 깔듯이 뇌에 도달하는 자극의 종류와 강도에 따라 뇌가 그 기능을 만들어 가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어느 시점에 사고로 시각을 잃는다면 그때까지 뇌에서 시각을 관장하던 부분을 다른 감각들이 차지해 다른 감각을 더 예민하게 만드는 용도로 활용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강하게 발현된다.
그래서 선천적인 시각장애인 중 청각이나 촉각이 일반인에 비해 월등히 예민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특정 기관과 인지하는 감각이 반드시 정해져 있는 것만도 아니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이 시각 정보를 청각 정보로 변환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마치 박쥐가 주변을 인식하듯 소리를 통해 주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vOICe'라는 앱인데 무료로 다운 가능해서 호기심에 받아봤는데 시각이 멀쩡한 사람이 느끼기에는 그저 기괴한 기계음이 들릴 뿐이다.
하지만 눈이 멀쩡한 사람들도 눈을 가리고 이 앱을 통해 '보는' 연습을 충분히 하면 눈을 감고도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주변을 보는 것처럼 인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같은 원리를 활용해 일상생활 중에는 사용 빈도가 그리 높지 않은 촉각을 활용해 부족한 감각을 보완하거나 강화하는 기술이 상당한 수준으로 개발되어 있다고 한다.
즉, 뇌에게는 외부 자극이 접수되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어느 기관을 통해서 들어오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또한 굳이 우리 신체 기관을 통해서 접수된 자극이 아니라 할지라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기계 장치로 인간에게는 없었던 감각을 추가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책에 등장하는 예시로는 자석을 이식해 자기장을 느끼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은 기계의 작동 여부를 굳이 켜보거나 검사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또한 나침반을 이식한 사람은 마치 철새가 작년에 왔던 곳을 정확히 찾아가듯 지도가 없어도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길을 찾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