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한 것은 잘했다고, 못한 것은 못했다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으려면 상당한 수준의 정보와 분석이 필요하다.
게다가 그다지 재미도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내 입맛에 맞는 정보를 흡수하고 내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들락거리기는 너무도 쉽고 상대의 논리를 옹호하는 '무식한' 사람들을 까내리는 것은 지적인 쾌감마저 안겨준다.
저자 역시 강조한 부분이지만 저자를 포함해 현재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에서 자유롭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우리의 자화상'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나 역시 국짐당 지지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과는 그다지 말을 섞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나 자신조차 이러한 생각에 변함이 없는 것을 보면 이러한 현상이 사라지기는 커녕 앞으로도 더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제목이 '반지성주의'기는 하지만 반지성주의 자체를 소개하는 것은 초반 70페이지 정도고 이후에는 문재인,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의 글이 차지하고 있다.
분량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읽는 부담이 크지 않고 일단 양쪽 모두를 골고루 까주고 있기 때문에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읽어보면 재미있을 책이다.
후반부에 신문에 기고한 글을 그대로 수록하는 등 솔직히 성의가 없어 보이는 측면도 있는 책이지만 그의 세상을 보는 눈이 흥미롭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