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쪽에 조예가 없어 작가의 이름은 낯설었지만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단어를 탄생시킨 '리플리'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의 단편집이라는 소개에 읽어보고 싶어졌다.
4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두껍지 않은 책인데 열여섯 편이나 되는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고 앞표지를 넘기면 작가의 서명이 꼭 손으로 쓴 것처럼 인쇄되어 있어 본문을 읽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진다.
짧은 이야기가 모여있는 단편집인지라 줄거리를 나열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여서 인상적이었던 작품들 위주로 감상을 남겨보려 한다.
모든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공통의 주제 같은 것은 없지만 읽다 보니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낯섦과의 만남'이다.
작품 속 화자들은 모두 자의든 타의든 간에 익숙하지 않은 장소나 사람, 사물을 마주하게 된다.
익숙하지 않은 대상과 마주친다는 것은 때로는 불안함으로, 때로는 반가움으로 다가올 텐데 이 각각의 이야기들에서는 이러한 낯선 만남에 따르는 다양한 감정들을 엿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영웅'이라는 작품이었다.
어느 부잣집에 아이 둘을 돌보는 보육교사로 들어가게 된 젊은 여성의 이야기인데, 줄거리와 제목이 그다지 어울리는 느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결말까지 읽은 후 제목이 주는 역설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아이를 사랑하는 순수한 보육교사와 모든 것을 태우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하는 방화범이 공존하는 이야기가 불과 3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 안에서 '어색함 없이' 펼쳐진다.
여기서 '어색함 없이'라는 표현이 중요하다.
작품들의 길이가 그리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서사의 진행이나 등장인물들의 심경 변화가 매우 자연스럽다.
그러면서도 위에 언급한 '영웅'처럼 나름 반전 있는 엔딩을 가진 작품들도 더러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물론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는 열린 결말로 다소 모호하게 끝나는 작품도 몇 있지만 그런 작품들을 읽을 때에도 이야기의 흐름이 어색하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화려한 경력을 가진 작가답게 작품 속 묘사도 좋았다.
특히 무형의 개념을 유형인 것처럼 묘사한 표현들이 좋았는데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표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