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내가 이 책에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는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작품이다.
보통 책을 읽은 후 악평을 남길 것 같으면 글 자체를 쓰지 않는 것을 선호하지만 작품이 미완으로 끝났고 후속편이 나올 예정이라 하니 다음에는 보다 좋은 작품이 탄생했으면 하는 마음에 한 글자라도 남겨보려 한다.
책을 읽는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느낌은 기시감이었다.
작품의 배경 설정에 어디선가 많이 본 것들을 섞어놓은 느낌이 강했다.
지표면의 대부분이 사막으로 이루어진 행성, 그 행성에 있는 막강한 토착 생물과 희소한 자원, 지하에 굴을 파고 숨어서 활동하는 반란군은 누가 보더라도 '듄'의 설정에서 따왔음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명확한 신분 계급 사회와 이로 인한 차별, 지배 계층은 높은 곳에 있는 화려한 도시에 살고 아래에 있는 하층민들은 그곳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노동으로 부려지며 언젠가 그곳에 가고 싶다는 동경을 안고 살아가는 사회, 어쩌다 가끔 제비뽑기나 격투 대회를 통해 그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설정은 '알리타'를 떠올리게 했다.
물론 아예 창의적인 새로운 배경을 만들어내는 것은 여러모로 어려운 일이기에 설정 자체가 다른 작품과 비슷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전개에 있어서도 예측 가능성이 높다면 이는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싸우면서 "쳇! 정말 약해 빠졌군." 따위의 대사를 내뱉는 적들은 지나친 식상함을 불러왔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인간의 모습을 한 지배계층이 사실 인간을 먹이로 삼아 영생을 꾀하는 다른 외계 종족이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작품의 분위기도 꽤 달라지고 몰입도도 좋아졌다.
작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해성이 싸움을 거듭할수록 강해지는데 이 부분이 마치 옛날 소년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나름 재미있었다.
SF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마법사도 나오고 외계 생물체도 마치 판타지에 나올법한 괴물의 형태여서 판타지 소설 같은 느낌도 많이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