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표현을 빌면 '원형이 아닌 형태의 감상'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고 공급자가 이를 수익의 원천으로 인지하고 있다면 콘텐츠 제작자들 역시 따라가지 않을 방법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처음 카세트 테이프가 나왔을 때 라이브 음악이 아닌 음악은 통조림 음악이라며 무시당했던 것이나, 처음 TV가 나왔을 때 극장의 큰 화면과 비교할 수 없는 저열한 화질과 음질로 제대로 된 감상이 가능하겠냐는 비아냥을 들었다는 것을 그 예시로 들고 있다.
실로 놀라운 결말이 아닐 수 없다.
4장까지는 '원형이 아닌 형태의 감상'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하게 부각하고 있어서 저자가 이를 반대하는 입장이라 생각했는데 5장인 결말에서 기술의 발전은 막을 수 없고 이 형태가 우리의 콘텐츠 이용 습관의 미래 모습이라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결말을 읽고 나니 나 역시 이러한 행위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안 좋게 생각했던 경향이 있지 않았나 싶다.
어찌 됐든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콘텐츠를 접하는데 이를 '감상'하든 '소비'하든 타인이 이래라저래라 할 계제는 아니다.
다만 요즘 긴 글을 소화하지 못하는 문해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영상의 이해도도 점차 낮아지는 것이 과연 인류에게 좋은 현상인지는 모르겠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꼰대에 더 가까워지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를 일이다.
책 자체는 200쪽이 조금 넘는 분량이며 설문이나 인터뷰 인용이 많아 금세 읽을 수 있다.
(K-콘텐츠의 인기 덕분에 일본 저자의 책이지만 국내 드라마 사례도 엄청 많이 등장해 반가운 느낌도 들었다.)
이 책 역시 저자가 제시한 '원형이 아닌 형태의 감상'을 한다면 사실 마지막 5장만 읽어도 충분할 것이다.
저자가 여기까지도 이해해 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