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만 가면 이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 불티나게 팔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게 벌써 십여 년 전이다.
지금도 독서 편식이 심하지만 그때는 더했기에 관심도 없던 책이었는데 세월이 지나 어느새 우리 집에도 꽂혀있게 되었고 마침 읽을 책이 딱 떨어져서 드디어 펴들게 되었다. (사실 꽂혀있은지도 꽤 되었지만;;)
워낙 전설적인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이고 국내에서만 200만 부 이상이 팔렸다는 사실만으로 책의 재미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소개가 가능할 것 같다.
만만하지 않은 두께에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꽤 긴 이야기지만 읽은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오래된 작품이긴 하지만 작품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책을 읽을 사람이라면 주의하기 바란다.)
2권까지는 작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덴고와 아오마메의 시각이 번갈아가며 이어진다.
분량은 길지만 스토리라인 자체는 상당히 단순한 편이다.
아무 연관성 없어 보이는 '수학학원 강사 겸 소설가 지망생'과 '스포츠센터 트레이너 겸 냉혹한 암살자'가 이런저런 사건에 휘말리며 진행되는 사랑 이야기인데, 이들이 사실은 어릴 적 단 한순간,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던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설정이다.
이렇게 쓰니 참 매력 없어 보이는 줄거리인데 이게 한동안 베스트셀러일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나 작가가 가진 문장력과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전개, 현실과 판타지가 뒤섞인 독특한 세계관 덕분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러브 스토리니 둘이 이어지든지 말든지 둘 중에 하나의 결말을 향해 가겠지만, 그 안에 벌어지는 일들이 꽤나 많고 엮여있는 인물들도 많아서 아래 구절처럼 전개가 쉽게 예상되는 작품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