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 세상에서 가장 쉬운 물리학 특강, 개정판
제프리 베네트 지음, 이유경 옮김 / 처음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에 양자역학을 비롯한 과학 교양서를 몇 권 접하고 있는데 워낙 자연과학 기본 지식이 적다 보니 솔직히 이해도가 얼마나 되는지는 자신이 없다.

그래서 '쉽게' 읽힌다는 책들이 나오면 반가운 기분으로 집어 들게 되는 것 같다.

이번 책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일반 독자 수준에 맞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발간된 지는 꽤 되었는데 이번에 개정판이 새로 나올 정도로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인기가 많은 책이라 한다.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속도가 변하면 시간 흐름이 달라진다.', '빛의 속도에 근접하면 에너지의 증가분이 물체의 질량을 높이는 방향으로만 작용해 타임머신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도로밖에는 알지 못했는데 이번 책을 통해 그래도 상대성 이론이 무엇을 설명하고자 하는 이론인지 정도는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뉴턴의 고전 물리학은 지구의 평균적인 중력 하에서 일어나는 물체의 운동을 예측하는 것에는 뛰어났지만, 물체의 속도가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 정도로 빠르거나 물체의 질량이 어마어마하게 큰 행성이나 항성을 대상으로 할 경우 오차가 크게 발생했다.

이를 해결한 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다.

상대성 이론에서 밝혀낸 바에 의하면 '운동'은 '상대적'이고 빛의 속도는 '절대적'이다.

이를 수학적으로 계산하고 또 실제 우주에서 그 계산이 맞았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상대성 이론은 '이론'으로서 탄탄한 입지를 가지게 되었다.

상대성 이론으로 인류는 빛의 속도에 가까워지면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고 질량을 가진 물질은 중력을 발생시키며 주변의 시공간을 왜곡시킨다는 것을 알아냈다.

아인슈타인의 유산은 보통 그의 발견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되고,

그가 물리학과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혁신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공간과 시간이 따로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가르쳤고,

중력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으며,

그의 이론은 이제 블랙홀 같은 특이한 물체에서부터

우주 전반의 기하학적 구조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이해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pg 243)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이해'되기는 어렵다.

우리가 지구 안에서 일상적으로(미미한 질량과 속도를 가진 채) 살아가는 동안에는 이러한 시공간의 왜곡을 실제로 관찰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장점은 이러한 상대성 이론의 결과를 수식이 아닌 '사고 실험'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이다.

저자는 독자의 머릿속에 우주선을 두 대 띄워 다양한 방법으로 사고 실험을 유도한다.

그러면서 물체의 속도가 아무리 변한다고 해도 빛의 속도는 왜 함께 변할 수 없는지, 그리고 속도가 변화할 때 그 변화 주체에게 발생하는 현상들이 무엇인지 등등 상대성 이론을 통해 알아낸 것들을 하나하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 준다.

책의 시작과 끝에 상대성 이론이 아니면 이해할 수 없었던 블랙홀이 등장한다.


말 그대로 그 어떤 빛도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에 관측을 통해서는 블랙홀이라는 존재를 증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상대성 이론의 연구로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엄청난 질량을 가진, 그러면서도 크기는 작은 그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를 '블랙홀'이라 명명하고 이것이 전 우주에 엄청나게 많이 분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어떤 물질도 블랙홀 안에 들어갔다 나올 수 없는 만큼 블랙홀의 내부를 물리적인 예측이 아닌 경험적인 연구로 더 알아낼 방법은 아직까진 없다.

이 부분에서 최근에 역주행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노래 제목이기도 한 '사건의 지평선'에 대한 개념도 소개되고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요약하면 사건의 지평선은 본질적으로 블랙홀 내부와 바깥 우주 사이의 경계다.

바깥에서 봤을 때 사건의 지평선은 세 가지 중요한 특징을 지닌다.

즉, 바깥 우주로 돌아오기가 불가능해지는 장소이고, 시간이 멈춘 것으로 보이는 장소이며, 빛이 무한히 적색이동을 하는 장소이다. 하지만 경계가 보이는 것은 아니다.

블랙홀로 떨어지는 물체에게 사건의 지평선은 그저 블랙홀 안에서 기다리는 운명으로

향하면서 그 너머로 가면 바깥 우주와 더 이상 접촉할 수 없는 장소일 뿐이다.

(pg 192)

사건의 지평선 안의 어떤 것도 관찰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 안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관찰 증거나 실험 증거를 모을 방법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블랙홀의 안은 관찰 가능한 우주 밖에 놓여 있듯이 과학의 영역 밖에 놓여 있다.

(pg 214)

저자는 상대성 이론에 대한 소개를 끝낸 후 과학적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인류가 이렇게 발전해 온 원동력에 과학적 지식의 단순한 축적뿐 아니라 과학적인 태도로 무장한 사람들의 비율이 높아졌다는 이유도 큰 몫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어떤 아이디어가 처음에는 아무리 이상해 보여도,

증거가 충분히 강력해지면 과학자들은 결국 그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것이다.

그래서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과학의 정의도

'증거를 이용하여 우리가 합의에 이르게 돕는 방식'이다.

(pg 221)

상대성 이론의 시작은 물론 아인슈타인이었지만 그의 생각을 '이론'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은 뒤에 이어진 수많은 과학자들의 실험과 관측, 계산의 결과였다.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이론이었지만 데이터를 통해 이를 증명할 수 있다면 그 이론은 진리에 가깝다고 보는 과학적 태도가 이러한 과정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점은 자명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아인슈타인의 가장 큰 유산은

과학적 사고의 엄청난 힘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인슈타인은 십 대 시절에 만약 빛을 타고 간다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수학과 물리학을 깊이 있게 배워서 이 질문을 실제적으로 조사했고,

여러 가지 생각의 결과를 탐구했다. 이것이 과학의 본질이다.

(pg 243)

일반적인 독자들에게 상대성 이론이 그리 쉬운 주제일 리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나 역자가 쉽게 읽힐 수 있는 글을 만들어 내려고 상당히 노력했다는 점이 읽으면서 잘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번역된 글이 매끄러우면서도 이해하기 쉬워서 역자의 노력도 높이 사고 싶다.)

그림과 도표도 많아 사고 실험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이해하기가 꽤 좋았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맛보고 싶은 사람뿐 아니라 일반 상식 측면에서도 과학적 사고 실험이 어떤 느낌인지 경험해 볼 수 있었기에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한 번쯤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분량도 그리 길지 않아서 제목만 보고 '벽돌책'을 상상했다면 결코 부담되지 않는 양이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저자는 아래의 문단으로 책을 마치고 있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꼭 옮겨두고 싶었다.

시공간의 이해에 근거해 볼 때, 시공간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영원히 없앨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한 사건이 일어나면,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우주를 구성하는 일부가 되는 것이다.

당신의 인생은 사건의 연속이고, 이들 사건을 함께 모으면

당신은 우주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이 사실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아마 우리가 남길 흔적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것이 되도록 좀 더 신중하게 처신할 것이다.

(pg 248-249)

우주에 수많은 은하가 있지만 우주 공간 자체가 점점 더 빠르게 확장하고 있고 어떤 은하들은 빛의 속도보다도 빠르게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때문에 우리가 직접 행성들을 돌면서 우리 이외의 생명체를 찾아다니는 일은 점점 더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다른 지적인 존재를 찾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은 사실상 온 우주에 우리들밖에 없다고 보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의 흔적이 영원히 우주에 남는다는 저자의 말이 무겁지만 겸허하게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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