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복복서가 x 김영하 소설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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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작품이 김영하 작가가 쓴 첫 장편소설이라는 말에 읽어보게 되었다.

작가의 작품 중 네 번째로 읽은 작품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읽은 감상을 남기기가 가장 어려운 느낌이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작품의 주 화자는 자살을 컨설팅해 주는 한 남자다.

작품 속에서 총 두 명의 여인이 스스로 삶을 마감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나는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살해하도록 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사람들이 무의식 깊은 곳에 감금해두었던 욕망을 끄집어내고 싶을 뿐이다.

일단 풀려난 욕망은 자가증식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상상력은 비약하기 시작하고 궁극엔 내 의뢰인이 될 소질을

스스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먼저 등장하는 '유디트'라는 작품명으로 불리는 여성은 시종일관 염세적인 태도를 보이며 두 명의 남자를 만난다.

C라는 영상 예술에 종사하는 남성과 택시 기사를 하는 K라는 남성인데 이 둘은 형제 사이다.

유디트가 먼저 세상을 떠난 후 C는 '미미'라는 행위예술가를 만나 협업을 하게 된다.

영상 매체에 찍히는 것을 줄곧 거부하던 미미는 예외적으로 C와 영상작업을 함께 하게 되고, 이후 역시 자살 컨설턴트를 만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고객과의 일이 무사히 끝나면 나는 여행을 떠나고,

여행에서 돌아오면 고객과 있었던 일을 소재로 글을 쓴다.

그럼으로써 나는 완전한 신의 모습을 갖추어간다.

이 시대에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에게는 단 두 가지의 길이 있을 뿐이다.

창작을 하거나 아니면 살인을 하는 길.

스토리를 정리했는데 다 읽은 지금 봐도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어떤 삶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좀 찾아봤으나 딱히 공감이 가는 것도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라는 작품을 읽은 뒤와 느낌이 비슷했다.

본래 문학보다는 비문학을 더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상 소설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해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등장인물들의 행보나 선택이 그다지 공감되지 않았다.

원래 염세적인 캐릭터였던 유디트의 선택은 일면 이해가 가지만, 주도적으로 예술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 미미의 행보는 다소 의아한 느낌이 들었고, 형제 관계면서도 서로에게 관심도, 무관심도, 증오도, 애정도 아닌 그 무언가의 관계인 C와 K의 사이도 짧은 내 인생 경험으로는 매우 생소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끝까지 다 읽은 것이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다.

이는 물론 작가의 탁월한 문장력 때문이 가장 클 것이고, 분량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섹슈얼한 장면이 꽤나 많이 나와서 자극적인 맛에 계속 읽게 된 것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명화들을 빌어 등장인물이나 장면들을 묘사하고 있어서 글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가 좋았다는 점도 몰입도를 높였던 것 같다.

지금까지도 꽤 많이 팔리는 책인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왜인지 나는 이런 염세적인 느낌이 나는 소설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

작가의 비교적 최근작들을 읽은 편인데, 내 취향엔 그의 최근작들이 더 맞는 것 같다.

어쨌든 부족한 내 취향과 이해력을 탓하는 시간이었지만 꽤나 독특한 작품임에는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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