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를 정리했는데 다 읽은 지금 봐도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어떤 삶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좀 찾아봤으나 딱히 공감이 가는 것도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라는 작품을 읽은 뒤와 느낌이 비슷했다.
본래 문학보다는 비문학을 더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상 소설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해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등장인물들의 행보나 선택이 그다지 공감되지 않았다.
원래 염세적인 캐릭터였던 유디트의 선택은 일면 이해가 가지만, 주도적으로 예술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 미미의 행보는 다소 의아한 느낌이 들었고, 형제 관계면서도 서로에게 관심도, 무관심도, 증오도, 애정도 아닌 그 무언가의 관계인 C와 K의 사이도 짧은 내 인생 경험으로는 매우 생소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끝까지 다 읽은 것이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다.
이는 물론 작가의 탁월한 문장력 때문이 가장 클 것이고, 분량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섹슈얼한 장면이 꽤나 많이 나와서 자극적인 맛에 계속 읽게 된 것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명화들을 빌어 등장인물이나 장면들을 묘사하고 있어서 글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가 좋았다는 점도 몰입도를 높였던 것 같다.
지금까지도 꽤 많이 팔리는 책인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왜인지 나는 이런 염세적인 느낌이 나는 소설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
작가의 비교적 최근작들을 읽은 편인데, 내 취향엔 그의 최근작들이 더 맞는 것 같다.
어쨌든 부족한 내 취향과 이해력을 탓하는 시간이었지만 꽤나 독특한 작품임에는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