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에 보이는 황제펭귄에 관한 이야기다.
황제펭귄의 암컷은 알을 낳으면 수컷에게 알을 품게 하고 먹이를 구하러 나가는데, 이때 알이 부화한 후 새끼에게 먹일 수 있도록 소화 기관이 아닌 별도의 먹이 저장 주머니에 저장해둔다.
암컷이 돌아오면 부화한 새끼에게 먹이를 먹인 후 수컷이 교대해 먹이를 찾으러 떠난다.
새끼가 다 자랄 때까지 이 행동을 반복하는데 이 책의 내용에도 실제 황제펭귄의 이러한 습성이 잘 녹아있다.
표지에 그려진 슬퍼 보이는 아빠의 모습이 이야기의 스포를 담고 있다.
지극정성으로 알을 품고 있던 아빠였지만 날씨의 변덕으로 알이 그만 절벽 아래로 떨어져 깨져버리고 만다.
알을 잃어버린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아빠는 알과 비슷한 크기의 얼음덩어리를 알 대신 품는다.
모든 펭귄들의 알이 부화했지만 당연히 얼음덩어리는 부화하지 않는다.
절망에 빠진 아빠에게 어디선가 고아 펭귄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아빠 펭귄은 그 고아 펭귄을 자식으로 삼아 키우기로 결심한다.
먹이를 가지고 돌아온 엄마 펭귄은 그 새끼가 자신의 새끼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지만 이내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새끼에게 자신이 저장해 둔 먹이를 먹이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슬프지만 감동이 있는 이야기였다.
사실 자신의 DNA를 물려받지 않은 어린 개체를 정성 들여 키운다는 것은 인간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하지만 실제로 황제펭귄은 고아 펭귄이 발생할 경우 알을 잃은 성인 개체가 돌보려 하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동물들에게도 배울 것이 많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지는 부분이다.
부모를 잃었지만 양부모에게 충분히 사랑받으며 자랄 새끼 펭귄을 보니 안도감이 들었다.
책을 다 읽어준 후 아이에게 "이 새끼 펭귄은 이제 어떻게 될 것 같아?"라고 물었더니 "엄마랑 아빠랑 잘 지낼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야기 자체의 서사도 좋았고 흔하지는 않겠지만 모든 가족이 반드시 혈연으로만 맺어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에게 간접적으로 인지시켜줄 수도 있었던 따뜻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