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인상적으로 읽었던 봉제인형 살인사건의 후속작이다.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울프는 전작의 엔딩 이후 자취를 감춘 상태이고, 그와 함께 봉제인형 살인사건을 수사한 백스터가 커티스와 루쉬라는 새로운 동료(?)들을 데리고 본 작품을 이끌어간다.
물론 전작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던 에드먼즈는 이번 작품에서도 적지 않은 활약을 펼친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스마트한 범인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죽여나간(?) 전작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가스라이팅, 그것도 사이비 종교 수준의 대규모 가스라이팅으로 세뇌된 인간 꼭두각시(Puppet)들이 그들의 주인(Puppeteer)을 대신해 사람들을 죽여나간다.
전작에 비해 일단 그 피해의 규모가 굉장히 커졌다.
전작이 영국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피해자들이 발생한다.
피해자의 규모도 처음에는 그저 '살인사건' 정도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었던 정도라면 작품의 중반쯤에는 '테러'라는 단어가 더 적합한 수준으로 스케일이 커진다.
다수의 꼭두각시들이 시시각각 일으키는 테러를 막으면서 그들의 조종사인 진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작품의 큰 줄기라고 할 수 있겠다.
대단한 반전이 있는 추리소설이 아닌 범죄 스릴러물에 가까운 만큼 스포일러가 치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스토리는 모르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으므로 아래의 내용은 책을 읽을 사람이라면 지나치길 바란다.
다 읽은 소감은 전작인 '봉제인형'에 비하면 다소 긴박감이 덜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작이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였던 것에 반해 이번 작품에는 나름 개그 장면도 많이 들어 있어서 작가가 드라마 제작을 염두해 두고 쓴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도 들었다.
개그 장면이 웃기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적합한지, 굳이 들어가야 하는 내용인지는 의문이었다. (특히 호텔에서 거미가 나온 장면!)
개인적으로는 울프를 대신해 활약하는 커티스와 루쉬의 캐릭터가 그다지 개성적이지 않다는 점도 아쉬웠다.
'고위직 아버지의 낙하산이라는 낙인을 벗어버리고 싶은 요원'과 '가족을 잃은 뒤 자신의 삶은 포기한 채 범인 잡기에만 몰두하는 요원'은 너무 어디선가 많이 본 느낌이 든다.
진범이 따로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살인의 실행 주체인 꼭두각시들이 그저 정신이 불안정한 가스라이팅 피해자일 뿐이라는 점도 약간 맥이 빠졌다.
전체적으로 '동기'라는 측면이 진범을 제외하면 그다지 공감이 되지 않았다.
전작의 범인이 확실한 동기로 공감이 확 갔던 것과 비교가 되어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는 확실히 있었다.
미국과 영국을 넘나드는 장소의 변화도 많고, 사건이 워낙 많이 일어나서 숨 쉴 틈 없이 새로운 정보들이 쏟아진다.
사건에 매진하면서 자신의 개인적인 부분은 놓치고 살아가는 백스터의 답답함도 시시각각 보여주고, 그런 그녀를 묵묵히 돕는 주변의 천사 같은(?) 동료들도 잘 표현되어 있어서 끔찍한 사건을 다루지만 나름 따뜻한 부분도 많이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한다.
영상화를 한다면, 전작보다는 이번 작품이 훨씬 더 긴 드라마로 만들 여지가 있어 보이긴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작가의 의도가 이쪽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