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물에게서 인생을 배운다 - 자연이 알려준 나를 사랑하는 법
래니 샤 지음, 김현수 옮김, 최재천 감수 / 드림셀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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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가 집필한 책도 아닌데 최재천 교수의 사진이 저자 사진보다 더 크게 인쇄되어 있는 걸 보니 그의 인지도가 높기는 한 모양이다. (심지어 띠지도 아닌 앞표지에 인쇄되어 있다.)

그리 마음에 드는 상술은 아니지만 생물들의 생태를 보며 살아가는 지혜를 구하는 책이라 하니 흥미가 갔다.

책에는 총 18종의 생물이 소개되어 있고, 각 생물에게서 배울 수 있는 짧은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18개의 꼭지가 모두 '어떤 생물이 있다 - 그 생물에게는 특별한 행동이나 습성이 있다 - 그 생물을 통해 우리는 이런 점을 배울 수 있다'라는 논리로 글이 전개된다.

인류가 다른 생물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에는 사실 끝이 없지만 저자가 주목하고자 한 부분은 '자기 돌봄'에 관한 깨달음이다.

연비가 훌륭한 해파리의 고요에서부터 눈을 멀게(혹은 귀를 먹게)하는

갯가재(사마귀새우)의 아름다움과 고슴도치의 회복력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지구의 유쾌한 생물들로부터 조화로운 삶을 찾고

자신을 더 잘 돌보는 법을 정말 많이 배울 수 있다.

(pg 18)

모든 생물은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유전자의 대물림에 용이한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야생 생물에게 내일이란 확실하게 정해진 미래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에게 내일은 거의 확실한 미래에 가깝다.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매일 생존의 위기에 몰려 있지도 않고 오늘 잠들면 내일 눈 뜨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현대 인류의 스트레스 지수는 점점 늘어가는 것처럼 보이고, 다른 생물들에게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자기 파괴적 경향도 폭넓게 확산되는 것 같다.

따라서 저자는 생물들을 통해 '균형'을 찾는 '자기 돌봄'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들을 원문과 함께 소개해 본다.

버빗원숭이라는 동물은 위험이 발견되면 무리에게 특정한 소리로 신호를 보내는데, 이때 어린 개체가 신호를 보낼 경우 다른 어른 원숭이를 통해 실수 여부를 확인한 뒤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

특이한 점은 실수한 어린 개체를 나무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버빗원숭이 무리는 어린 원숭이에게 화를 내는 대신 실수도 배움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상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시스템은 원숭이들의 실수를 어느 정도 용납할 수 있게끔 해준다.

인간들이 아직 미숙한 부분이다.

(pg 90)

저자는 자신의 실수에도 관대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소개한 것이지만 육아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육아에서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인 것도 같아서 기억에 남기고 싶었다.

흔히 '우파루파'라고 알려진 동물의 원 이름이 '액솔로틀'이라는 것은 처음 알았는데, 더욱 놀라웠던 점은 이 동물이 죽지 않을 정도의 신체적 손상이라면 얼마든지 재생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뇌 조직도 재생이 가능하다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비록 오늘은 액솔로틀이 팔다리를 하나 잃었을지 몰라도 내일은 다시

자라날 수도 있다는 것, 간단히 말해서 아직 자라는 중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pg 102)

우리의 인생에서도 자라날 기회는 언제나 있다는 의미로 인용한 사실이었지만 사실 자체가 워낙 신기해서 관련 내용을 구글로 한참 찾아봤었다.

굴이 진주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찾아볼 수 있었다.

굴이 외투막에 상처를 입으면 그 부분을 진주를 형성하는 물질로 한 겹 한 겹 감싸기 시작한다.

그 상처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 때까지 천천히 계속 감싸는 것이다.

우리가 영구적인 손상을 입기 전까지 감당할 수 있는 역경의 이상적인 숫자 같은 건 어차피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땐 굴이 하는 대로 해보자.

계속 헤엄쳐나가는 거다.

(pg 157)

18가지의 생물이 소개되어 있긴 하지만 총 2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얇은 책이고, 텍스트도 페이지의 절반 정도만 차지해서 읽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분량이 짧아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만큼 부담 없이 읽기에는 좋았지만 뭔가 깊은 깨달음을 기대했다면 다소 가벼운 내용에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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