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이런 비슷한 종류의 책들이 '게임북'이라는 타이틀로 꽤 많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반적인 게임북이 선택지를 통해 원하는 결론(범인을 찾아낸다거나, 미궁에서 탈출하는 것 등)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라면, 이 책은 선택에 따라 이야기 자체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아이들이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목표라는 차이가 있다.
아동용 책이지만 그 결말이 늘 해피엔딩인 것만도 아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엔딩 두 번, 마녀에게 기습을 당하는 엔딩이 두 번 있었다.
특히 전형적인 '빨간 모자'의 스토리를 따라가면 결국 늑대에게 잡아먹히게 된다.
그럴 경우 이전 선택지로 돌아가거나 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배드 엔딩들이 다소 충격적일 수는 있겠으나, 아이들도 어떤 행동의 결과가 늘 좋을 수만은 없다는 걸 알아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엔딩도 여럿 있다.
전형적인 '빨간 모자'의 스토리를 따르지 않고 여기저기 들르다 보면 다른 동화 속 주인공들도 만날 수 있는데 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결말도 있었다.
빨간 모자 외에도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잭과 콩나무, 아기돼지 삼형제, 잠자는 숨 속의 공주,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이 조연으로 등장하는데 이들과 만났을 때 선택지를 어떻게 가져가느냐도 이야기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이리저리 헤매다 진엔딩을 보긴 했는데, 옆 길로 새는 엔딩들도 충분히 재미가 있기 때문에 꼭 한 번에 진엔딩을 보겠다고 마음먹을 필요도 전혀 없다.
아이가 원하는 선택지로 따라가다 보면 또 그 나름의 스토리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함께 읽은 시간만 꼬박 한 시간이 넘었는데도 아직 책에서 보지 못한 페이지가 있을 정도로 생각보다 오랜 시간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책은 몇 번이고 다시 보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들을 골라 읽는 재미도 꽤 오래 유지될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나 역시도 같이 읽으면서 재미가 있었다.
생각보다 갈림길이 엄청 많기 때문에 금방 읽어주고 치우려는 부모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부모도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읽어주면서 목이 좀 아팠는데도 내가 궁금해서 멈출 수가 없었다.
아이가 잠들기 직전까지 이 책이 너무 재미있었다며 읽은 이야기를 조잘조잘하는데 부모로서 그보다 더 뿌듯한 경험을 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시작부터 끝까지 쭉 읽어야 하는 선형적인 책 읽기에서 벗어나 아이에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인지라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