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쓰레기 1제로 - 지금 바로 실천하는 101가지 제로 웨이스트
캐서린 켈로그 지음, 박여진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고 있기도 하고 나름 쓰레기 분리수거도 꼼꼼하게 하는 편이라 자부하지만 그래도 분리수거일이 되면 생각보다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 (맥주 쓰레기만 줄여도...)

기후 변화가 이제는 피부로 와닿는 수준으로까지 심각해지니 제로 웨이스트가 다시 화두로 떠오르는 것 같다.

목적에 부합하게 책 자체도 재생용지와 식물성 잉크로 만들어져 있고 종이에 코팅도 되어 있지 않다.

본격적인 책 소개에 앞서 사족을 하나 달자면, 이런 책 제작 방식을 다른 출판사들도 적극 도입하면 좋겠다.

왜 그렇게 무겁기만 한 하드커버를 자꾸 내는지 모르겠는데 막상 들고 읽거나 가방에 넣어 다니기에는 불편할 뿐인 데다 제작하는데 비용도 많이 든다.

이 책처럼 깔끔하게 재생용지로 된 책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그것이 이 책의 저자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고 말이다.

간결한 제목답게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을 무려 101가지나 소개하고 있다.

대체로는 이 101가지 중 단 한 가지도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지금보다 쓰레기를 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니 읽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추가해 나가면 된다.

가짓수가 많기 때문에 당장에 다 따라 하는 것은 당연히 무리다.

심지어는 먹고 남은 음식을 포장할 때 쓰는 랩도 직접 밀랍으로 만들어 쓴다는데 사실상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집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랩으로 싸는 대신 유리 용기에 넣어 보관하면 랩 사용량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집도 랩 한 롤을 다 사용하는데 5년이 넘게 걸릴 정도로 거의 쓰지 않는다.)

당연히 책의 목차대로 따라 할 필요도 없다.

내 생각이지만, 이 책의 2, 3 챕터인 '주방'과 '욕실'은 일반적으로 따라 하기에 난이도가 좀 높다.

당장 당근 잎과 브로콜리 줄기를 갈아먹고 직접 만든 세제로 씻고 직접 만든 로션을 바르면서 출근 준비를 하기엔 너무 바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쇼핑할 때'와 '집 밖에서'는 작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따라 할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하다.

저자 역시 '개인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욕심내지 말고 하나씩 변화시켜 볼 것을 권하고 있다.

100가지가 넘는 방법이 소개되고 있지만, 핵심은 단 하나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면 '소비'를 줄이는 것이 먼저다.

'아나바다'는 다음 순위다.

집에 무언가를 들일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고민 끝에 꼭 사야겠다면 환경에 최대한 영향을 적게 주는 방법으로 생산된 것을 고르고 사용이 종료되면 '아나바다'를 하든 적정한 장소에 배출하든 환경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처분하면 된다.

사람들은 과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 또는 몇 번 사용하지도 않을 물건을 잔뜩 사서

수납장에 쟁여두고는 잊어버리곤 한다. - 중략 -

물건을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일단 사고 나면 더 이상 그 물건에 아무 감흥이 생기지 않는다.

그냥 공간만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pg 184-185)

혹자는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작은 나라에서 아등바등 줄여봤자 중국이나 미국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투척해대기 때문에 아무 변화를 가져올 수 없으리라는 생각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이 우리나라 인구 전체의 1년 음식물 섭취량보다 많다고 하니(6천만 명의 1년 치 식량분에 해당) 일면 맞는 말이긴 하다.

물론 지구라는 행성을 같이 쓰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해는 가지만, 남이 개처럼 산다고 해서 나도 개처럼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로 웨이스트는 필요한 물건만 가지고 살아가는 삶을 고수한다.

내 삶에 가치를 더해주는 것들로만 생활을 꾸린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진심으로 만족하며 살아간다.

물건 없이 산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 구역에 들어오는 물건을 신중하게 고른다는 의미다.

(pg 185)

책에서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제로 웨이스트라는 삶의 방식을 주변에 강요하지 말고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라는 당부였다.

환경운동 역시 '정치적 올바름(PC)'의 여타 운동처럼 특유의 교조적인 형태로 발전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저자는 타인의 삶을 존중하면서 제로 웨이스트의 좋은 점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여러분이 솔선수범하면 주위 사람들도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억지로 강요하지 말자. 그저 자연스럽게 자신의 일을 하자.

사람들은 여러분을 지켜보며 천천히 스며들 것이다.

(pg 290)

자연물을 그대로 소비하지 않고 '가공해' 소비하는 방법을 익혔을 때부터 인류는 쓰레기를 남기며 살아왔다.

태어남과 동시에 쓰레기를 발생시키고 죽을 때까지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남긴다.

죽음 후 자신의 몸마저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여태 생물들과 달리 우리는 죽은 시신조차도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처리한다.

예전에는 진정한 제로 웨이스트 실천 방법은 결국 죽는 것밖에 없다는 농담을 자주 했었다. 하지만 장례식을 준비하면서 인간은 죽을 때조차

꽤 많은 쓰레기를 남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g 286)

이제는 브레이크를 걸 때가 되었고, 사실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들지만 중요한 점은 이제라도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커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목소리들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면 훨씬 더 강력한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개인이 하는 노력에는 한계가 있고, 제도는 막강하다.

우리나라도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해 버릴 때 상당한 반발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음식물을 일반 쓰레기봉투에 그냥 버려도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이 변화하는 만큼 환경을 생각하는 정책과 제도도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

시민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기업과 정치가 반응한다.

시민이 힘을 합쳐 집단으로 행동할 때 기업에 압력이 가해지고,

시민과 기업이 힘을 합쳐야 정책이 바뀔 수 있다.

정책이 변하면 기업에, 기업이 변하면 다시 개인에게 그 영향력이 돌아온다.

(pg 305)

실천이 어려워서 그렇지 책은 쉽게 잘 읽힌다.

단순히 언어의 번역뿐 아니라 내용의 현지화가 꽤 잘 되어 있어서 저자가 미국의 사례를 언급하면 비슷한 국내 사례가 주석으로 달려 있어서 실천을 돕는다.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고 고민해 보면 좋을 책이라 생각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선택을 하자.

(pg 3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