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신의 주변을 늘 알고 싶어 한다.
주변에 대한 지식이 곧 생존의 길이었기 때문에 우리 몸속에 체득된 본능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추구하는 앎의 깊이는 다를 테지만, 본질적인 앎에 대한 굶주림은 인간이라는 종 속에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자연을 끊임없이 작은 부분까지 알고자 하는 욕구가 양자역학을 탄생시켰다면 자연을 끝없이 큰 부분까지 알고자 하는 욕구가 곧 우주과학으로 연결되었을 것이다.
이 책은 과학 전공자가 아닌 일반적인 독자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우주에 대해 인류라는 종이 지금 현재 어디까지 알아냈고, 또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단순하게 요약하면, 우리가 우주의 시작이라고 믿고 있는 '빅뱅'이 무슨 현상이며 빅뱅 이후에 일어난 일들이 대체로 어떤 모습이었고, 지금은 우주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썼다고는 하지만 쉬운 도전이 될 거라고 예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주가 막연히 궁금하기도 했다.
내가 이해한 것이 온전한 이해라는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알게 된 점들을 저자의 문장들과 함께 정리해두고자 한다.
저자는 초입에서 과학 지식을 쌓는 과정이란 곧 세계지도를 그리는 일과 같다고 말한다.
우리가 지도를 보면 어느 나라가 대충 어느 위치에 있는지는 알 수 있지만 그 나라의 실제 모습까지 알 수는 없듯이 이론이 아무리 정교해도 복잡한 현실을 그대로 담아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책의 전 부분에서 강조하고 있다.
우주의 범위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도 넓기 때문에 최대한 단순화해서 연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이론들이 통합적인 그림이 아닌 파편적인 모습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파편들을 모으다 보니 현재의 인류는 '빅뱅' 직후 약 100만 분의 1초부터 발생한 일까지도 굉장히 정확한 수준으로 기술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즉 빅뱅 직후 핵융합으로 현재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가장 가벼운 원자인 수소와 헬륨이 만들어졌고, 이 과정에서 생성된 우주의 수소와 헬륨의 현재 비중도 정확하게 계산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자 물질은 우주의 5%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주의 내용물 중 25%는 원자가 아닌 유형의 물질(암흑 물질)이며, 나머지 70%는 물질조차도 아닌 빈 공간의 에너지(우주 상수)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밝혀낸 결론이다.
'와 아직도 95%나 더 밝혀낼 것이 남아있다는 말이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원자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원자로 이루어진 몸으로 살아가는 인류가 원자가 아닌 물질을 찾아내는 것이 쉬울 리 없다.
우주가 끊임없이 팽창한다는 것은 알던 사실이지만, 팽창하는 우주를 상상할 때 이미 존재하는 우주는 그대로 있고 우주의 가장자리만 계속해서 확장되는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그런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일단 우주에 중심이 있다는 것부터가 사실과 다르다.
우주는 그저 등방한(방향이 없는) 평면이며 중심점이 없기 때문에 어느 한 지점을 중심으로 확장되는 것이 아니다.
그냥 3차원 공간이 시간이 흐르면서 무한정 팽창한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지금 우리가 우주에 관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책에서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도 굉장히 많은 부분을 할애해 설명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우주를 연구한다는 것은 다른 것의 연구와는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일단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없다.
우리는 우리의 우주가 아닌 우주를 관측할 수도 없고(관측하는 순간 '우리의 우주'가 된다), 우리의 우주처럼 움직이는 미니 우주를 만들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