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이른 은퇴를 하신 뒤 소설을 읽는 취미를 가지셔서 과거의 나라면 거들떠도 안 봤을 소설들을 요즘 자주 읽고 있다.
추리나 미스터리 소설들은 볼 땐 재미있는데 보고 나면 이런 걸 봐서 뭐하나 싶어서 잘 보지 않던 장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쓰여진 소설들은 한번 책장을 넘기면 끝까지 읽게 되는 매력이 있는건 분명한 것 같다.
이 책 역시 그런 강점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제목만 봤을 땐 뭔 봉제인형으로 사람을 죽이나 했었는데 알고 보니 사람 여섯 명을 죽인 후 시체의 일부를 모아 봉제인형처럼 기워놓은 시체가 발견된 사건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범인은 담대하게도 사건을 뒤쫓을 형사를 지목하고 언론에 다음 살해 타켓들을 공개한다.
당연히 경찰은 타켓들을 보호하려 혈안이지만 영리한 범인은 경찰의 보호하에서도 예고된 사람들을 하나 둘 살해하기 시작한다.
시작 자체도 매우 엽기적인 시체에서 시작하는데, 이후에 이어지는 범행들도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범인이 단순히 물리적인 힘만 강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 지식이나 심리적 전술에도 능해 경찰이 번번이 당하게 되면서 후반으로 갈수록 긴장감이 높아진다.
결말 즈음에는 나름의 반전도 있어서 읽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던 작품이다.
400페이지 정도의 평균적인 분량이지만 잘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를 보듯 사건의 전개가 매우 빠르다.
피해자가 많은 만큼 새로운 살인 사건 혹은 사건의 전말들이 하나씩 하나씩 빠르게 제시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범으로 가는 길은 극 후반부까지 비밀스러움을 잘 유지한다.
아쉬웠던 점이라면 결말이 약간 찜찜하다는 것이었는데 검색을 좀 해보니 이유가 있었다.
진범이 밝혀지지 않거나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것은 아닌데 뭔가 뒷이야기가 더 있을 것만 같은 엔딩이라 의아했는데 이후에 같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이 세 권이나 더 발간된 시리즈 작품이라 한다.
후속작들은 꼭두각시 살인사건, 조각상 살인사건, 엔드게임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다.(살인사건 유니버스)
아예 보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렇게 된 이상 다른 작품들도 모두 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등장하는 경찰들의 캐릭터도 영상화하기 딱 좋을 정도로 캐릭터들이 분명하다.
발암 캐릭도 있고 조력자도 있고 뒤를 캐는 자도 있고 통수치는 자도 있어서 미드를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꼭 있어야 할 역할은 다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역시나 이런 작품은 영상화가 빠른지, 검색하다 알게 된 사실인데 이미 미드로 제작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쿠팡 플레이를 통해 볼 수 있단다.
다른 작품으로 넘어가기 전에 미드를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