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위의 미술대회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 대부분은(더 솔직하게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도) AI의 작품과 사람의 작품을 더 이상 구별할 수 없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작품 속 유리를 만난 심사위원들도 음악만 들을 때는 유리를 통과시켰다.
이때 과연 AI의 작품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지, 또 그 작품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가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AI 역시 인간이 활용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한다.
이 논리를 위의 논쟁에 그대로 적용해 보면, 사람이 AI를 시켜 그린 그림은 포토샵이라는 도구를 통해 그려낸 그림과 논리적으로 동일하다.
그렇게 본다면 현재 포토샵 결과물의 저작권이 해당 작가에 귀속되지 어도비에 귀속되지는 않듯이, AI가 그린 작품 역시 해당 AI에게 지시를 내린 사람에게 귀속될 것이고 AI의 개발자는 해당 AI의 사용료 정도만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와 개발자가 같은 인물이라면 논란이 안되겠지만 대체로는 그 둘이 다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작품이 온전히 작가의 역량으로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반되는 의견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AI가 다른 도구와 다른 점은 스스로 계속 진화하는데 그 진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처음의 유리는 누가 봐도 이상한 대답을 하는 불완전한 AI였지만, SNS를 통해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답변을 하도록 했더니 점점 더 진짜 사람 같은 대답들을 하기 시작한다.
답변이 어찌나 뛰어난지 심지어는 자식을 잃은 부모가 아이의 생전 SNS 기록을 모두 넘겨줄테니 자식처럼 SNS에 글을 써 줄 AI를 만들어줄 수 있는지 의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에서 AI를 둘러싼 또 다른 논쟁거리가 등장한다.
AI가 인격을 구성하는 어느 부분을 대체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논란이다.
저자는 아래와 같이 윤리적으로 단호한 입장을 취한다.
(작품 속 인물은 픽션이므로 저자 본인은 물론 아니겠지만, 저자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