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부분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본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이름을 달고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에도 PC를 강조하기 위해 여성이나 유색인종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PC 요소를 끼워 넣기 위해 기본 서사를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이를 지적하면 '공부를 더 하라'거나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 딱지를 붙여버리니 PC를 옹호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 전반에 걸쳐 PC에 관련된 다양한 논쟁들을 취합해 소개하고 있다.
특히 해외 사례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최근에 있었던 싸이의 흠뻑쇼를 둘러싼 논쟁(가뭄이라 농민들은 고통 받는데 물 펑펑 쓰는 쇼를 꼭 해야 하나에 관한 논쟁)까지 두루 다룬다.
예시 후에는 자유, 위선, 계급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PC에 대한 쟁점을 압축해 소개한다.
PC에 반대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 중 하나가 바로 PC가 표현의 자유를 상당히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는 혐오 발언의 자유 또한 자유로 봐야 하는가 하는 또 다른 논쟁을 낳기에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분명한 것은 단순한 실수나 악의가 없는 발언에 관해서도 쏟아지는 무차별적인 비난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또한 PC를 옹호하는 자들이 대체로 말만 하지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두고 위선이라며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서 슬랙티비즘(SNS에서만 올바름을 외치는 게으른 행동주의를 비꼬는 말)에 관한 논쟁도 소개된다.
일면 위선의 태도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분명 관점 전환의 초석이 되기도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예를 들면, SNS에 #AllLivesMatter 태그만 달아놓을 뿐 실질적인 행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의견과 그렇다 하더라도 이 태그를 다는 행위 자체가 그 문제를 인식하는 출발점이 되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계급의 문제는 계급문제를 사회문제의 핵심으로 보는 좌파 진영에서 주로 제기되는 문제로, PC가 사람들의 관심을 부차적인 것으로 돌려 진짜 중요한 계급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시각이다.
저자는 이 세 가지 시각에 대해 모두 비판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태도를 견지한다.
이들의 의견 자체가 PC의 불필요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PC 운동 자체가 인간을 보다 인간답게 살게 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나와 견해가 다른 자를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방법으로는 충분한 동의와 추진력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PC에 대한 논쟁이 일면 '싸가지'와 '과유불급'의 문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