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돌이로 근 40년을 살아온 내가 갑자기 양자역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단연 김상욱 교수라 할 수 있다.
그의 말과 글 솜씨에 반해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양자역학을 맛보기 위해 나름 교양서를 몇 권 읽었다.
그러던 중 '교양서보다 깊고, 교과서보다 쉽다'라며 "츄라이 츄라이"를 외치는 책이 나와 읽어보게 되었다.
다른 문돌이들과 동일하게 수식에 극단적인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나지만 '중, 고등학교 수준'의 수식만 활용해 설명했다는 말에 그래도 문과 치고는 수학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과거를 떠올리며 안심(?)하고 책을 펼쳤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수식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고, 나의 수학 지식은 수능 후 20년이 지나는 동안 깔끔하게 휘발되었음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에서 등장하는 수식 중 내가 이해한 부분은 진짜 너그럽게 봐줘야 한 15%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 또한 언급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새로운 시각은 양자역학과 고전물리학의 관계였다.
기존에 읽어 온 교양서에서는 고전물리학은 거시적인 역학, 양자역학은 미시적인 역학으로만 단순하게 설명했다.
즉 현실 세계는 거시적이기 때문에 고전물리학을 적용해야 하고 원자와 전자 수준으로 작은 세계에서는 양자역학을 적용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했었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양자역학이 훨씬 더 큰, 더 근본적인 개념이고 고전물리학은 양자가 특정한 상황에 놓여있을 때에 한해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즉 둘이 전혀 다른 개념이 아니라 양자역학이 고전물리학의 상위호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