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핑크 후회의 재발견 -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가장 불쾌한 감정의 힘에 대하여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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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다니엘 핑크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읽고 나면 뭔가 뻔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읽을 땐 희한하게 새로운 것 같고 희한하게 재밌는 글을 쓰는 작가로 인식하고 있는데 그런 그가 이번에는 '후회'라는 감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하니 기대가 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후회'라는 감정은 사람이라면 되도록 피하고 싶은 감정이다.

저자도 유명한 프랑스 노래를 인용하긴 했지만, 국내 가요에서도 후회는 가사의 단골 주제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보편적인 감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후회가 개인에게 심적은 물론 육체적으로까지 부담을 주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피하려 하고 그렇기에 사람들은 흔히 '지금부터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라는 목표를 내심 세우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후회를 제대로만 한다면 우리에게 굉장히 이로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핵심을 관통하는 문단이 친절하게도 책 서두에 등장한다.

후회는 건강하고 보편적이며 인간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게다가 후회는 값지다. 후회는 명료하게 해준다. 후회는 가르침을 준다.

제대로만 하면 곤경에 빠질 이유가 없다.

후회는 우리를 고양시킬 수 있다.

(pg 27)

이 책을 한 문단으로 정리하라고 하면 저 내용이 다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에 이어질 의문은 이것일 것이다.

과연 후회란 무엇이고, 후회를 어떻게 해야 건강한 방법으로 후회할 수 있을까?

저자가 정리한 바에 따르면 후회는 인간이 가진 상상력의 산물이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두뇌활동이다.

즉, 인간은 자신이 했거나 혹은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던 행동의 결과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산출되는 감정의 하나가 후회이기 때문에 뇌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후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후회가 없는 사람들은 심리적 건강의 본보기가 아니다.

그들은 보통 심각한 병에 걸린 사람들이다.

(pg 45)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실제로 뇌의 특정 부분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후회라는 감정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따라서 너무 후회에 매몰되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라면 적당히(?) 후회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에도 맞다는 의미다.

그럼 사람들은 어떤 일을 주로 후회할까?

저자는 이를 알아내기 위해 광범위한 사례 연구와 직접 실행한 설문조사를 통해 사람들의 후회를 일정 카테고리로 나누었다.

이를 내가 이해한 바대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기반성 후회 : 공부나 건강 등 장기적인 삶의 안정을 위해 했어야 했거나 하지 않아야 했던 것들에 대한 후회

ex: 공부를 더 열심히 하지 않은 것, 금연하지 않은 것, 젊을 때 저축을 더 하지 않은 것 등

2. 대담성 후회 : 위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하지 못했거나 소극적으로 한 것들에 대한 후회

ex: 이상형을 만났는데 말을 걸지 못한 것, 이직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한 것 등

3. 도덕성 후회 : 자신의 도덕기준에 반하는 행동을 했거나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후회

ex: 누군가를 괴롭힌 것, 왕따 당하는 친구를 감싸주지 못한 것 등

4. 관계성 후회 : 누군가와의 관계가 악화되거나 끊어질 행동 혹은 바로잡을 행동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ex: 죽은 가족에게 모질게 한 것, 사과하는 친구를 받아주지 못한 것 등

재미있는 것은 이 중에서도 했던 행동에 대한 후회보다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의 비중이 더 크다는 것이다.

했던 행동에 대한 후회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기회가 있지만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는 사실 바로잡을 기회를 만들기조차 어렵다는 이유도 있겠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가 했던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의 기회보다 했어야 할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의 기회를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하지 않은 행동'들이 하나씩은 다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몇 년 전에 비트코인을 샀어야 했는데' 이런 후회 말고)

이런 심리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설문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방법으로 '후회 복권'이라는 방식도 소개하는데 매우 재미있으니 동기부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이제 후회의 유형도 알았으니 후회를 제대로 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일단 후회를 가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 써보는 것도 좋고 말로 표현하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내가 후회를 하고 있고, 그 후회가 어느 유형이며 그 유형의 후회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때 너무 후회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후회는 당연히 너무도 힘든 감정이기 때문에 여기에 매몰되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의 감정(비하가 아닌)을 가지고 자신을 객관화해서 바라보는 시각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후회를 진지하게 하면 무엇이 좋아질까?

여러가지가 있지만 저자가 말한 바를 몇 구절 인용한다.

후회를 예측하면 사고 속도가 느려진다.

뇌가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우리가 무엇을 할지 결정하기 전에

추가 정보를 수집하고 숙고할 시간을 빌어준다.

예측된 후회는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극복하는 데 특히 유용하다.

(pg 255)

우리의 일상생활은 수백 가지의 결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는 우리의 행복에 결정적인 것도 있지만, 대수롭지 않은 것도 많다.

그 차이를 이해하면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후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

우리가 진정으로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후회(사람을 미치게 하고, 당혹스럽게 하고, 부정할 길 없이 진정한 감정)는

잘 사는 삶으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

(pg 271)

결국은 잘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 후회라는 의미다.

읽을 땐 엄청 재미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정리하고 보면 이게 그렇게까지 대단한 내용인가 싶긴 하다.

하지만 마냥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후회라는 감정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줄 수 있다고 하는 발상의 전환은 분명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후회는 나를 인간으로 만든다. 후회는 나를 더 낫게 만든다. 후회는 내게 희망을 준다.

(pg 280)

인간에게 후회라는 감정이 생긴 근원을 진지하게 따져 묻자면 우리의 자유 의지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우리가 무슨 선택을 하든 사실은 모든 게 다 더 높은 의지에 따라(그게 신이든 운명이든 뭐라고 불리든 간에) 결정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큰 집단(설문조사에 참여한 미국인 4명 중 3명)은

자신에게 자유의지가 있으며, 동시에 대부분의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 믿음을 피력한 것이다.

이 신비로운 집단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신중하게 생각한 끝에 이들을 '인간'으로 명명했다.

(pg 277)

개인적으로 이 구절을 읽으면서 우리 인간이라는 종을 참 잘 설명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구절을 읽은 것만으로도 이 책에 시간을 투자한 보람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다니엘 핑크의 저서답게 굉장히 읽기 편하다.

번역이 깔끔하기도 하지만 원문 자체를 번역에 무리가 없게 친절하게 썼다는 느낌이 든다.

자신이 진행한 설문 사례들도 많이 등장하고 후회와 관련된 연구 사례들도 핵심만 잘 소개하고 있어서 어렵다는 느낌 없이 누가 읽어도 공감이 되는 책일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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