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서도 '악역'이 주인공 못지않게 중요한데, 작품 속 악역을 굳이 찾자면 탐사대의 사령관인 마샬 정도가 될 텐데 어찌 됐든 생소한 행성에 도착해 테라포밍을 성공해야 한다는 공동의 목적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의외성을 보여주기가 좀 어려웠던 것 같다.
정리하자면 소재의 참신함이 스토리의 참신함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그래서 다소 평범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읽는 재미 면에서는 충분했다.
마냥 어두울 수 있는 소재지만 너무 어둡지 않게 유머도 잘 섞여있는 편이고 섹슈얼한 부분도 중간중간 끼워 넣어서 읽는 과정이 지루한 작품은 결코 아니었다.
여담이지만 섹슈얼한 부분에서도 생각해 볼 거리가 있는데, 미키처럼 기억을 공유하는 복제인간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살아있는 미키7을 두고 미키8과 잔 여성을 과연 '바람을 피웠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미키7이나 미키8이 질투할 수 있는 일인지도 한번 생각해 볼 만한 주제인 것 같다.
봉준호 감독이 이를 영화화한다고 하는데 이 역시 '설국열차'처럼 소재만을 차용한 독자적인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원작을 그대로 영화화하는 감독도 아닐뿐더러 작품의 오리지널 스토리 자체가 참신함이 조금 떨어지기 때문에 되려 감독의 손길을 거친 뒤 어떤 매력적인 작품이 나와줄지 기대가 된다.
게다가 미키 역으로 로버트 패틴슨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이 있어 기대감을 더해준다.
개인적으로는 미키가 그리 진중한 캐릭터는 아니기 때문에 보다 가벼운 느낌을 주는 배우였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워낙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니 기본 이상은 충분히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아직 개봉하려면 시간이 꽤 많이 남았기 때문에 봉준호 감독의 신작을 기다리는 팬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작품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