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담백하게 제목 그대로의 내용을 담았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배달을 뛰는 삶, 그러다 보니 어느새 배달이 주업이 되고 수업과 글쓰기는 부업이 되어버린 삶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청승맞거나 가슴이 먹먹해지는 내용만 담고 있지는 않다.
작가가 나와 비슷한 연배인 듯한데 아직 독신이어서 그런지, 태생이 원래 긍정적인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배달 일을 뛰는 자신에 대해 지나친 비하에 빠지거나 우울한 정서를 담아내고 있지는 않았다.
(자녀가 있고 이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배달을 뛰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면 모르긴 몰라도 우울한 이야기가 훨씬 더 많이 담겼을 것이라 생각한다.)
책의 후반 '작가의 말'에서 '자기 연민에 빠지거나 페이소스 과잉이 될까 두려워' 책 쓰기를 망설였다는 고백이 있는데 이 점을 의식하며 쓴 덕분인지 책 자체가 마냥 우울하진 않다.
하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감정들이 충실하게 담겨 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부담, 배달을 다니면서 겪게 되는 부조리한 일들, 배달기사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한 씁쓸함,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이들에게 느끼는 고마움과 감동까지 말이다.
게다가 작가가 시집을 두 권이나 출판한 시인이라는 것이 여실히 느껴지는 문장들도 책의 재미를 더해준다.
소개하고 싶은 구절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 중 추리고 추려서 몇 가지만 남겨 두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