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신장판 1~6 세트 - 전6권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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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나긴 듄의 여정이 모두 끝났다.

재미 삼아 1-6권 세트의 페이지 수를 찾아봤더니 무려 4,304페이지에 달한다.

대충 일반적인 300페이지 짜리 책으로 묶여 나왔으면 대략 15권 정도 되는 분량이라 보면 되니 과연 듀니버스라는 별칭이 부끄럽지 않은 분량이라 할 수 있겠다.

(옛날에 발간된 버전은 총 18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들고 읽기엔 이 편이 오히려 나을지도;;)

두꺼운 데다 하드커버여서 한 권의 무게도 꽤 무거운 편이라(대충 권당 1kg 정도 된다;;) 가방에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없어 더 오래 걸린 느낌이다.

게다가 간지 한 장, 그림 한 장 없이 오로지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책이기에 영 읽기에 물리적으로 좋은 편은 아니었던 듄 시리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정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작품의 매력적인 세계관 덕분일 것이다.

4권까지 무려 3천 년이 넘는 레토의 독재가 끝나고 인류는 기근기를 거쳐 다시금 우주 전역으로 자원과 생존지를 찾아 떠나는 대이동 시기를 맞게 된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란지라는 희귀 자원이 갖는 영향력은 상당했다.

하지만 멜란지의 대체품을 찾아낸 '명예의 어머니들'이라는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게 되고 틀래이렉스인들이 멜란지를 인공적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알아내면서 멜란지의 독점적 생산지였던 듄의 지위도 점차 낮아진다.

하지만 베네 게세리트 교단의 유지를 위해서는 멜란지가 필수적이기에 교단에서는 어떻게든 멜란지 생산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려 한다.

"멜란지는 수많은 손을 가진 괴물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우리가 멜란지를 찾아내지 못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가끔 하십니까?"

"멜란지가 없으면 베네 게세리트는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 중략 -

"하지만 폭군도, 무앗딥도 없었을 겁니다.

스파이스는 한 손으로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주면서,

나머지 수많은 손들로 무엇인가를 빼앗아 갑니다."

(5권 pg 258)

5-6권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교단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최고 대모 오드레이드와 이들이 최고의 군사 책략가로 부르는 테그 마일즈, 그리고 몇 천년 째 골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던컨 아이다호와 그가 만나게 되는 명예의 어머니 무르벨라, 그리고 모레벌레와 소통이 가능한 시이나의 이야기다.

본래 듄이었던 아라키스는 명예의 어머니들에 의해 멸망하고, 시이나와 함께 탈출한 모레벌레들이 참사회 행성을 새로운 듄으로 서서히 바꿔가게 된다.

그러면서 벌어지는 명예의 어머니와 베네 게세리트 간의 치열한 싸움이 주된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주요 인물 중 오드레이드와 테그 마일즈는 역시나 아트레이데스의 후손이다.

하지만 폴 무앗딥과 폭군을 겪으면서 교단이 예지력의 활용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예지력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예지력에 의존하는 인류는 고정된 미래를 갖기 때문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창의적인 행보가 인류 생존의 중요한 요소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승리자들이 자손을 낳았어. 우린 그들의 후손이야.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커다란 도덕적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경우가 많지.

우리 조상들이 했던 일 중에는 심지어 야만이라는 말로도 모자라는 것들이 있어."

(pg 6권 574-575)

저자의 사망으로 본 6권으로 완결되어 미완의 작품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6권까지 그래도 이야기가 완료되는 느낌이 들고 이후의 이야기는 열린 결말처럼 두어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게 잘 정리된 느낌이다.

마지막 부분에 흑막이 또 있었다는 떡밥이 등장하긴 하지만 사족 정도로 넘겨도 좋을 것이다.

이후의 부분을 저자의 아들이 이어서 집필했다는데 그 부분은 워낙 평이 좋지 않아서 그런가 세트 구성에서도 빠져 있어 원문으로 읽을 것이 아니라면 접하기도 힘드니 이쯤에서 듄의 세계를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미 영화로 제작되고 있는 작품이지만 솔직히 2권 내용까지나 만들어지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를 모두 영상화하면 스타워즈처럼 호흡이 엄청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한 감독이 일정한 배우들과 함께 일관성 있는 시리즈물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작품의 특성상 감독이나 배우가 중간에 바뀌면 세계관 표현 자체가 우왕좌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일 것이다.

(제이슨 모모아는 작품 속 시간으로 거의 5천 년에 걸쳐 등장해야 한다.)

중간중간 다른 책들을 읽어서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읽는 데 꽤 오래 걸린 작품이 되었다.

호흡이 긴 편이지만 특이하게도 책의 절반부가 지나가면 몰입도가 확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1-6권 모두에서 경험한 느낌이다.)

책의 초반에는 주로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집중하고 후반부로 가면서 그간의 갈등이 해소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반에 조금 지겹더라도 참고 읽다 보면 어느새 듄의 세계에 푹 빠져들게 될 것이다.

분류상 SF 소설이기는 하지만 분량 자체가 길고 저자가 창조한 세세한 용어들이 많아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 등장인물들의 내면 대화가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는 점 때문에 진입장벽이 분명 존재하는 작품이지만 이런 세계관 설정을 하나하나 기억하면서 읽는 것을 좋아하는(덕후 성향이 짙은) 사람이라면 분명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듄 1, 2권 서평: https://blog.naver.com/qhrgkrtnsgud/22273974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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