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괴물을 물리친 용감한 막둥이 암산이 즐거운 전래동화 시리즈 3
정미영 지음, 고아라 그림 / 라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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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을 책을 고르는데에는 큰 노고가 필요 없지만 아이 책을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고 고민도 많이 된다.

아이와 함께 서점을 가도 요즘은 책 내용을 못 보게 다 포장해놔서 내용을 보고 고르기도 어렵고 그냥 표지 디자인과 제목 등으로 유추해서 사는 수밖에 없어서 더 고민이 되는 것 같다.

이 책 역시 아이에게 읽어주기 전 많은 고민이 되었던 책이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부모 입장에서는 너무 좋을 것 같은데 과연 아이도 재미있어 할까?'였다.

모든 부모의 숙원사업인 아이의 국영수 중 국어와 수학을 전래 동화로 가르쳐 주는 책이니 책을 쥐여주는 부모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막상 그 내용을 흡수해야 하는 아이가 재미있게 보느냐는 다른 문제다.

그래서 반신반의로 접하게 된 책이다.

다행히 우려와는 달리 아이가 너무 즐겁게 같이 읽어서 괜한 걱정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부분에는 공부거리보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른 입장에서 정리하면 제목 그대로 막둥이가 땅속 괴물을 물리치고 잡혀간 누나를 되찾는 내용이다.

PC(정치적 올바름)의 시각으로 보면 왜 항상 여자는 잡혀가고 남자는 구해줘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되지만 어디까지나 '전래' 동화이므로 그 정도 시대와 맞지 않는 부분은 감안을 해야 한다.

생각보다 글씨가 많은 편이라 읽어주는 부모 입장에서는 약간 목에서 피맛이 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아래에서 보듯이 친구가 이야기하듯 쓰인 문체와 흥미진진한 스토리 덕분에 아이의 몰입도가 상당했다.

(실제로 아이가 장난감 놀이 등을 할 때 쓰는 말투가 생각나 보는 내내 혼자 웃기도 했다.)

중간중간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옛 단어들이 등장하는데 이 부분은 의미까지 주석도 잘 달아놓아서 아이들 어휘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3일간 연휴일 때마다 이슈가 되었던 '사흘'이 과연 며칠인가를 아이에게 확실하게 알려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다.)

(pg 21)

이야기 파트가 끝나면 아래와 같이 스토리와 연관된 수리, 국어 문제가 등장한다.

문제의 수도 제법 많고 뒤로 갈수록 난이도도 꽤 높아진다.

수리 문제의 경우에도 단순히 계산을 요구한다기보다는 문제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가를 묻는 문제의 비중이 많아 보였다.

최근 아이들의 문해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보도나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이를 집중적으로 향상시켜주기 위함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아이는 문제 부분으로 넘어가면서 급격하게 집중력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너무 욕심내지 말고 일단 스토리 자체를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에 이야기를 완전히 숙지할 수 있도록 여러 번 읽어준 다음 아이가 스토리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싶으면 차근차근 문제로 넘어가는 연습을 해볼 생각이다.

6세인 우리 아이에게는 예상대로 살짝 도전적인 책이었지만 우리 아이보다 발달이 빠르거나 나이가 조금 더 있는 아이라면 훨씬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아쉬운 점이라면 그림이 다소 올드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나도 디자인 감각은 전혀 없는 편이라 구체적으로 표현은 못하겠지만 색감이나 그림체가 쨍한 느낌이 아니어서 뭔가 요즘 아이들이 혹할 그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콘텐츠 자체는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불평할 것이 없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

이야기도 재미있고 뒤에 나오는 문제들도 수준이 다양해서 부모가 난이도를 잘 골라 접근한다면 충분히 재미를 느껴면서 풀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계속해서 일정한 수준의 책밖에 읽지 못하는 것은 또 그것대로 문제가 될 것이다.

아이의 독서 수준을 높여주고 싶은 욕심이 드는 요즘 딱 적당한 책을 만난 기분이 들어 내심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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