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구가 필요하세요? 꼬리가 보이는 그림책 16
이수연 글.그림 / 리잼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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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이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는 요즘이다.

아이들 책을 많이 접하다 보니 아동용 서적도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글씨의 많고 적음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주는 메시지의 수준도 간극이 큰 편인데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아동용 책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울림을 주는 깊이가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었다.



하얀 배경에 수채화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림이 일단 감성을 자극한다.

보통 아동용 책이면 이야기 작가 따로, 그림 작가 따로인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작가가 글과 그림 모두 담당했다.

그래서인지 뭔가 글과 그림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은 혼자 붉은색으로 눈에 띄게 묘사되어 있는 곰이다.

직업은 가구를 파는 영업사원이다.

첫 직장이 영업직이었던지라 직업에서부터 묘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애초에 '곰'인 이유도 다른 영업사원들인 '여우'처럼 눈치 빠르지 않고 느릿느릿하기 때문이란다.

(pg 7-8)

곰 영업사원은(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곳저곳을 방문하며 고객들이 원하는 가구를 넣어준다.

하지만 고객들은 가구가 늘어났음에도 채워지지 못한 무언가를 느꼈다.

곰 영업사원 역시 근면히 일한 결과 우수사원 상을 수상하게 되지만 가슴 한구석에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곰은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고민 끝에 곰은 직접 커다란 식탁을 만들어 그간 만났던 고객들을 불러 저녁 식사를 계획한다는 내용이다.

고객들은 저마다 자신의 사연들을 가지고 저녁 식사에 오게 된다.

얼핏 정리된 내용만 보더라도 사회생활을 하는 어른이라면 뭔가 모를 감동이 느껴질 것이다.

일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각자가 자신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나는 사이기에 서로의 니즈를 충실히 충족시켜 줄 뿐, 그 이상의 인간적인 관계를 만들어가기는 어려운 사회를 살고 있다.

비단 일 때문에 만나는 갑을 관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어쩌면 친구, 친척 사이도 이와 같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어른들이 느끼기에 감동이 있었다는 의미는 어쩌면 아이들이 온전히 내용을 공감하기엔 다소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아이와 함께 읽었지만 아이와 나의 반응이 조금 다르기는 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고 나서 아이와 함께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단순히 기브 앤 테이크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같은 대화가 뒤따르면 좋을 것이다.

아동용 서적으로 분류되어 있긴 하지만 어른이 보기에도 좋을 그림책이다.

물론 어른이 자신을 위해 이런 책을 구입해 읽는 경우는 극히 드물겠으나, 아이를 위해 책을 읽어주는 부모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이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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