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다는 건 흔히 정적인 느낌을 주는 행위로 인식된다.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손에 땀을 쥘 정도'라거나 '숨이 막히는' 느낌을 받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책을 읽으면서 숨이 막힌다는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경험할 수 있게 해 준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재미나게 읽었기 때문에 최대한 스포일러에 주의하며 소개하려 하겠으나, 의도치 않은
스포가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하기 바란다.
작품은 제목 그대로 '위스퍼맨'이라는 연쇄 아동 살인범에 관한 이야기다.
범인은 어린 소년만을 골라 살해했는데, 위스퍼맨은 살해 전 피해 아동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던
것에서 착안된 별명이다.
피트라는 베테랑 경찰이 범인을 검거했지만, 마지막 피해자의 유해를 찾지 못해 20년간 습관처럼 피해자의 시신을
찾아 헤맨다.
그러던 중 과거 위스퍼맨의 범행을 흉내 낸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젊은 경찰인 어멘다와 함께 해결하려 한다.
이 마을에 아내를 잃고 홀로 어린 아들 제이크를 키우는 톰이 이사 오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일단 책을 덮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재미있다'였다.
500페이지가 넘어 살짝 두꺼운 느낌이 들지만 사건의 전개가 빠른 편이어서 금세 책장이 넘어갔다.
게다가 종반부로 갈수록 숨이 막히는 것 같은 긴장감까지 전해져 나중에는 결말이 너무 궁금해 빨리 읽어 버리고
싶은 자아와 한 글자도 허투루 읽을 수 없다는 자아가 충돌하는 개인적으로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서술상의 특징으로는 매우 끔찍한 사건을 다루면서도 끔찍함의 묘사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피해 아동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해되었는지, 시신은 어떤 모습인지, 범행 현장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등등
일체의 끔찍한 서술 없이 사건의 흐름과 인물들 간의 대화로만 상황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그런데도 읽다 보면 묘하게 무서운데, 고어함 없이도 무서운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읽으면서 가장 끔찍한 구절을 고르라면 아래의 문단을 고를 것 같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아래의 문구가 왜 끔찍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는지는 작품을 통해 확인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