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목차를 보기 전까지는 나도 선과 악이라는 개념을 그저 동전의 양면이나 흑과 백처럼 대립되는 두 가지
양상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저자가 고심 끝에 선정한 목차를 보니 악에도 나름 카테고리가 있고 그에 따라 죗값의 경중도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체계적으로 분류된(?) 인간의 악행을 짚어보며 보다 더 선하게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 읽게 되었다.
일단 저자와 책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면, 죽음심리학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연구 주제를 가진 교수가 대학에서 같은
주제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쌓인 강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 한다.
살짝 중2병 느낌이 나는 제목인지라 읽기 전에 책의 난이도가 조금 걱정되었는데 다 읽은 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쉽게 읽힌다'라는 것이었다.
300페이지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에 시각 자료들도 많고(무려 올컬러!), 문체도 친절한 선생님에게 듣는
수업처럼 편안하게 쓰여 있어서 잠깐씩 짬내서 읽기에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 13가지의 주제로 인간의 악행을 들여다볼 수 있다.
최근 대선 정국과 맞물려 다시 이슈가 되고 있는 갑질과 차별에서부터 사기, 관음증, 학대 등의 범죄 행위와
사이코패스, 정신분열, 다중인격 등 정신장애와 연관된 악까지 다양한 주제로 선과 악의 개념을 설파한다.
주제는 다양하지만 논지를 전개하는 방식은 매우 일관적이어서 초중반쯤 지나면 책의 흐름이 익숙해진다.
먼저 들어가는 글을 통해 저자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생각해 볼 주제를 던져준다.
곧이어 주제와 관련된 실험과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인간이 이런 악의 길로 빠지게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런 다음 이러한 악행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는지 예시를 들어준다.
이 때 예시로 역사나 사회적인 이슈는 물론이고 관련된 유명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 흥미로운 사례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서 주제를 너무 어렵지 않게 고민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선을 추구할 힘이 있다는 것을 설파하며 한 챕터가 끝나게 된다.
(저자가 이렇게까지 일관적으로 모든 장을 서술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지를 마지막 13장을 읽으면서 유추할 수
있었다. 13장의 주제는 '강박'이다.)
주제가 다양하니 어느 하나를 골라 소개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인상 깊었던 구절과 함께 간단한 소감을
남기고자 한다.
아래의 문단은 설령 사이코패스로 태어났다 하더라도 모든 사이코패스들이 미디어에 등장하는 연쇄살인마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례를 들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원활한 인간관계를 추구하는 사이코패스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롭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