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고 난 지금에도 솔직히 난 도무지 이 책의 매력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요조의 삶이 나에게 주는 공감대가 정말 1%도 없는 것 같다.
나름 자기혐오 면에서는 나도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책을 보면 무언가 모를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이 책에 비하면 난 굉장히 긍정적인 자아를 지니고 있는 모양이다.
위에 적은 문구도 문장 자체로만 보면 진리에 가깝지만 사실 그의 삶이 아비규환이었던 이유는 그 스스로 만든
측면이 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서평을 찾아봤는데 누군가는 요조가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타인과 진정한 소통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전후 일본에 다가온 사회 침체와 그로 인한 젊은이들의 절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 해석하기도 하는 듯 하다.
하지만 내 눈에서는 그저 부잣집에서 태어나 아무도 자신을 모른다고 징징대며 여러 여자들에게 기생하다 부여된 삶을 한심하게 마감하는 한 인간이 보일 뿐이었다.
책 표지 하단에 '다자이 오사무가 그려낸 청춘의 고독과 불안, 절망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절절하고 유효하다'라고
했지만 글쎄...당장 취업문을 뚫기에도 바쁜 이 시대의 청춘들이 부잣집에서 태어나 술과 여자로 인생을 탕진하는
자의 삶에 얼마나 공감할지 모르겠다. (그리 크지 않은 기업주의 자식들 정도라면 이해할 수 있을지도)
다섯 번의 시도 끝에 결국에는 자살에 성공(?)한 작가의 유서겪인 소설이라고 한다.
그런 배경을 알고 읽어서 더 이해하기 어려웠는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친동생을 자살로 잃은 뒤 자살로 삶을 마감한 사람을 도저히 좋게 봐줄 수가 없는 내 개인적인 편견
탓이기도 할 것이다.
책에게도 엄연히 첫인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오래된 작품이지만 보다 어린 독자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표지를 요즘 웹툰처럼 디자인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책 표지가 이렇게 되어 있으면 뭔가 중2병스러움이 느껴져서 그리 선호하지는 않는다.
책을 읽어갈수록 그 내용이나 문체도 뭔가 중2병스러워서 표지가 주는 선입견이 독서 경험에도 영향을 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작품이 일본에서는 워낙 유명하고 이후의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작품일테니 지금 우리가 쓰는
'중2병'이라는 말이 만들어지게 된 작품들 역시 이 작품의 영향 아래에서 태어났을 것이라 가정한다면
내가 받은 느낌도 일리가 있는 것일 수 있겠다.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일본에서 나오는 문화 컨텐츠들을 접할 때 본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이 보인다면
무언가 아는 척을 할 수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일본 특유의 '삶에 대한 회의'가 담긴 컨텐츠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근원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한번쯤은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