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부터의 탈출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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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해 들어 문학 작품들을 자주 읽고 있다.
워낙 비문학 쪽만 읽어왔던 터라 작가들도 잘 몰랐는데 올해 걸출한 작가들을 많이 알게 되는 느낌이다.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된 고바야시 야스미 역시 오래 기억에 남게 될 것 같다.
호러와 SF, 미스터리 분야에서 엄청난 수상 이력을 자랑하는 작가이며 이 작품이 작가가 생전에 발표한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의 책은 이 책이 처음인데 이것만 읽어도 작가의 미스터리, SF 역량은 충분히 맛볼 수 있었다.
초반 설정 자체는 약간 진부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부로라는 노인이 주인공이다.
어찌된 일인지 그 시설에는 모두 노인들만 있는데 이상한 건 왜 그 시설에 오게 되었는지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사부로는 문득 자신이 그 시설에 갇혀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탈출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며 동료들을 모으게 된다.

스토리가 워낙 흥미진진해서 최대한 스포일러 없이 작성하고 싶지만, 
나도 모르게 스토리가 일부 포함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하니 
작가의 팬이거나 SF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사전 정보 없이 일단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좋은 메시지도, 아름다운 문장도 아니고 
결국 읽는 동안 '재미'를 느낄 수 있느냐 없느냐인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더없이 재미난 작품이었다. 
약 300페이지 정도의 보통 길이를 가진 책인데 첫 장을 편 뒤 그 자리에서 다 읽었을 정도로 
몰입도가 좋았다.

키워드 자체가 스포일러긴 하지만 유전자 조작, 로봇, 인공지능, 딥러닝 등 요즘 핫한 SF적 키워드들이
모두 다뤄짐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복잡하거나 문장이 현학적이지도 않았다. 
특히 개인적으로도 너무 재밌게 읽었던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에서 차용된 로봇 3원칙이 
이번 작품에서도 진지하게 다뤄져서 더 흥미로웠던 것 같다. 

보거나 읽는 건 내용을 기억에 남기기 위해서 아닐까?
기억에 남김으로써 인간은 변화한다.
 (pg 24)

초반에 등장하는 문구지만 읽는 순간에도 인상깊은 구절이어서 인용했다.
사실 내가 서평을 쓰는 이유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작품 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말이기도 하다.
이 문구를 읽을 때에는 별 생각이 없을텐데 다 읽은 후 이 구절을 보면 '오...설계 보소'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모처럼 마음에 드는 작가의 작품을 만났는데 이 작품이 유작이라고 하니 문득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내가 접해보지 못한 작품들이 많이 출간되어 있으니 다음에 읽을 작품들을 고르기는 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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