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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여니 양자역학이 나왔다 - 읽을수록 쉬워지는 양자역학 이야기
박재용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6월
평점 :
문돌이인 주제에 양자역학을 이해해 보겠다며 이 책 저 책을 기웃거리고 있다.
불행히도 그 중 서평쓰기에 성공한 책은 단 하나도 없었다.
분명 읽긴 다 읽었는데 책을 덮은 후 뭘 읽었는지 정리하자니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 역시 나의 양자역학 짝사랑의 연장선상에서 접하게 된 책이다.
뭔가 제목부터 '쉽게 설명해줄게 츄라이 츄라이'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결과적으로는 이 책이 내가 서평을 남길 수 있는 첫번째 양자역학 책이 되었지만 사실 쓰는 입장에서도 썩 개운한 기분은 아니다.
지금도 내가 양자역학에 대해 뭘 알고 있는지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책을 덮은 후의 감상을 먼저 짧게 남기자면 문돌이 입장에서는 이 책 역시 결코 쉽지는 않았다.
기존에 양자역학을 쉽게 설명해주는 책을 조금이나마 접해본 입장에서도 모르는 용어들이 너무 많아서
책장이 쉽게 넘어가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특히나 'A라는 것이 있는데 이 것이 B와 만나면 C의 상태가 되고 우리는 이를 D라고 부른다'라는 식의 설명이 굉장히 많이 등장하는데,
문장 속 A부터 D까지 전부 모르는 용어인 경우가 많으니 당연히 이해가 더딜 수밖에 없다.
물론 나의 이해 부족이 저자나 책의 잘못은 아니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해한 바를 조금 정리해 두려고 한다.
먼저 양자역학은 엄청나게 작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물론 그 작은 것이 모여 우리가 사는 세상을 형성하고 있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현실 세계(거시 세계)와 양자 수준의 미시 세계는 적용되는 물리법칙이 다르다.
때문에 양자역학 관련 서적을 처음 접하면 이해가 쉽지 않은 것이다.
가장 먼저 입자와 파동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상 생활에서는 모든 것들을 입자와 파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것이 입자인지 파동인지를 알면 그 움직임을 측정하고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 수준으로 시각을 좁히면 입자와 파동의 경계가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그 시작점이 바로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에 대한 논쟁이었다.
이 책에서도 기나긴 역사 속에서 빛의 입자성 혹은 파동성을 증명하고자 애썼던 과학자들이 등장한다.
결과만 정리하자면 결국 빛은 입자와 파동 두 가지의 성질을 모두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세상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에는 원자핵을 중심으로 전자가 돌고 있는데,
이 전자 역시 입자이자 파동이라는 것이 양자역학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이중슬릿 실험과 슈레딩거의 고양이을 비롯한 양자역학의 재미나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시작된다.
전자라는 것이 관측하는 순간 입자처럼 움직이고 그냥 두면 파동의 형태로 움직인다는 것이 결론이기 때문이다.
파동이라는 것은 동시에 여러 군데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당연히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전자라는 것의 위치 역시 마치 행성들이 태양 주변을 돌듯 원자핵 주변을 전자가 일정한 궤도로 뺑뺑 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자가 존재할 수 있는 확률로만 계산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확률이 0이 아닌 이상 그 범위 내 어디든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으로 표현하면, 익숙해 보이는 왼쪽 그림이 아니라 오른쪽 그림처럼 표현된다는 의미이다. (그림: pg 64)
결국 우리 몸도 원자로 이루어졌다고 본다면, 우리 몸 속의 전자들도 관측하지 않으면 파동이 된다.
(물론 바로 옆 원자들이 서로를 관측하는 셈이니 결코 관측되지 않는 형태로 존재할 수 없겠지만)
바로 이 부분에서 각종 SF물에 등장하는 워프니, 멀티버스니, 시공간의 초월이니 하는 개념들이 파생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현실과 괴리된 사례 대신 우리 실생활 속에서 양자역학적 지식으로 밝혀낸 것들을 함께 알려준다.
물론 양자역학이 어떻게 여기에 관여하고 있는지를 전문적으로 풀면 독자 대부분이 이해를 못할테니
'이런 이런 부분이 양자역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더라' 정도의 설명이 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그 중 가장 신기했던 것이 광합성의 원리이다.
사실상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체는 식물의 광합성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생명의 근원적인 활동인데,
이 광합성 과정에 양자역학적 움직임이 없다면 식물이 이 정도의 속도로 광합성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양자역학이 일반 대중들에게도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유명 IT 회사들에서 만들고 있는 양자컴퓨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양자 컴퓨터에 대한 소개도 비교적 상세히 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인 컴퓨터와 무엇이 다른지 궁금했는데 일면 궁금증이 해소된 것 같다.
세상이 발전할수록 컴퓨터에 요구하는 성능은 계속 높아지고 이 요구를 수용하려면 선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속도로 선폭이 좁아지면 결국 이 양자터널링 현상이 발목을 잡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양자컴퓨터인 것이지요. (pg 156-157)
컴퓨터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집적도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반면 크기는 계속해서 작아지고 있는데 이런 기술 개발 과정이 반복되어
결국 그 크기가 양자역학적으로 유의미할 정도로 작아져서 양자터널링 현상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전류가 흘렀다 끊겼다 하면서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이 반도체인데, 인근 반도체와의 거리가 너무 좁아서 양자터널링이
발생하면 계속해서 전류가 흐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쓰는 컴퓨터의 기술 개발이 이 정도인 것도 신기하고 이를 양자컴퓨터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한 부분이었다.
총평을 하자면 이 책은 저자가 쉽게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여실히 보인다.
그림도 많고 서술도 친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전공자가 보기에 쉬운 책은 결코 아니었다.
설명하고자 하는 개념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양자역학의 기초적인 지식을 조금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얻을 것이 더 많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족이지만, 책에 옥의 티가 있다.
아래의 그림은 책의 148페이지인데, 도체와 부도체 그림이 서로 뒤바뀌어 있다.
설명을 읽으면 이해가 가긴 하지만, 설명을 돕는 그림인데 그림이 틀려 있으니 처음에는 엄청 헷갈렸다.
내가 이해한 바 내에서는 이것밖에 못찾았지만, 혹시라도 다음 판본이 나온다면 이런 오류들이 다 수정되길 바란다.
(pg 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