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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인류 - 메타버스 시대, 게임 지능을 장착하라
김상균 지음 / 몽스북 / 2021년 4월
평점 :
인상깊은 구절
부모 세대가 학창 시절에 일기를 썼던 것처럼 요즘 애들은 브이로그를 찍어 공유한다.
아이가 유튜브를 보는 것도 싫고 하는 것도 싫어서 채널을 다 막아버린다면 새로운 기술로부터 단절될 수도 있다.
누가 알겠는가. 지금 직장에서 워드나 PPT로 작성하는 보고서를 10~20년 후에는 동영상으로 작성해야 할지. (pg 209)
내 또래(30대 중후반)의 남자라면 누구나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PC방을 다녀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비록 플레이했던 게임들이 다르고 불혹을 앞둔 지금도 게임을 즐기고 있는지 여부는 각자 다르겠지만
그 때 그 시절의 추억이 즐거웠던 것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금도 아이를 재우고 난 9시 이후로는 주로 게임을 하며 보내는지라 책 제목에 끌릴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갖고 난 뒤 사람들이 취미생활을 이어가기가 힘들지 않냐고 많이들 묻는데 다행스럽게도 내 취미는 모두(게임과 독서)
아이가 자고나면 충분히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 뿐이라 별 타격이 없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다음 질문으로 내일 모레 마흔인데도 게임이 좋냐고 묻는다.
그럴 때 내가 대답하는 것이 우리 세대가 환갑, 칠순이 되면 그 때도 우리가 탑골공원에서 장기를 둘 것 같은지를 묻는다.
오히려 배틀넷에 '환갑 넘은 초보만' 방을 만들어 스타리그를 펼칠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저자는 이처럼 게임이 우리 삶에 이미 너무도 깊숙히 들어와있고 앞으로도 더 깊숙히 들어올 예정이라 말한다.
게임의 발전이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고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우리는 갈수록 더 게임과 가깝게 지내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규칙을 따르는 습성이 있다. -중략-
아무 의미도 없는 카드가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들이 나눠 갖는 순간 상징성을 갖게 되듯이 우리는 일상에서도 규칙 안에 들어가면
그 규칙을 따르게 된다.
게임을 안해봤다, 게임이 싫다고 말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인간을 호모 루덴스라고 부르는 이유는 인간이 게임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pg 100)
저자는 이처럼 게임을 좋아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아직 게임이라는 것 자체를 하찮은 것,
심지어는 유해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에 적극적인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책을 읽지 않은 누군가는 '아, 그냥 게임 예찬론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학 교수라는 직함을 가진 저자인 만큼
게임이라는 것이 마치 미래사회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무조건적인 찬양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매체와 마찬가지로 게임 역시 '좋은' 컨텐츠와 '해로운' 컨텐츠가 당연히 나뉘며,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게임을 접하게 되는 시점에서 어른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게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그 해악도 심각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뉴스를 보지 말라고 하지는 않듯이
게임 역시 아이들이 스스로 옥석을 가릴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아이의 개인적인 삶의 행복도는 물론,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는 것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
함께 게임을 즐기며 현실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 어른도 필요하다.
게임을 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아이가 게임의 내용을 통해 무언가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학교나 가정에서 지도해 줘야 한다는 얘기다. (pg 180)
부모 세대가 학창 시절에 일기를 썼던 것처럼 요즘 애들은 브이로그를 찍어 공유한다.
아이가 유튜브를 보는 것도 싫고 하는 것도 싫어서 채널을 다 막아버린다면 새로운 기술로부터 단절될 수도 있다.
누가 알겠는가. 지금 직장에서 워드나 PPT로 작성하는 보고서를 10~20년 후에는 동영상으로 작성해야 할지. (pg 209)
이 부분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육아 카테고리에 들어갈 책은 분명 아님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는 좋은 육아 지침이 될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 역시 게임을 좋아하는 아빠인데다 집사람도 게임을 좋아해서 향후 아이도 게임을 좋아하게 되면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약간 막막하던 차였는데 좋은 가이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는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집사람은 옆에서 열심히 동물의 숲을 플레이하고 있다.)
아이에게 게임 관련 지도를 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내용이 있어 발췌해 두었다.
부모가 흔히 하기 쉬운 실수여서 꼭 명심하면 좋을 것 같다.
게임이 근원적인 흥미를 끌어야지 외재적 보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것이 게임 디자인의 원칙이다.
게임이 외재적 보상이 되는 순간, 놀이와 교육 모두 망치기 십상이다.
"문제집 열 장 풀면 한 시간 동안 게임하게 해줄게.", "학원 안 가면 오늘 게임 시간은 없어."처럼
갈망의 대상과 회피의 대상을 묶어서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반복되면 아이는 '게임=좋은 것, 공부=나쁜 것'으로 인식하고,
결국 공부란 게임을 방해하는 짜증 나는 것이 되어버린다. (pg 159)
내가 자랄 때를 돌이켜보면 난 고3 때에도 집에 오면 게임을 했는데 (고3 때 기숙사 생활을 해서 주말에만 집에 왔다.)
부모님이 게임 한다고 뭐라고 하신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우리 부모님의 메시지는 확고했다.
'대학을 마치는 즉시 너에 대한 지원은 0이 된다. 그 이후의 삶은 네가 사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게임으로 먹고 살 것이 아닌 이상 내 할 일은 마치고 게임을 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부모님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괜찮은 대학을 가서 부모님은 자신들의 육아방식이 옳았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지만
이 방법이 내 딸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저자는 우리 부모님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유익한 조언들을 들려주고 있으므로 관련 고민이 있는 부모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지금은 사무직이면서 컴퓨터 없이 일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불과 우리 아버지 세대만 하더라도
입사 초기엔 컴퓨터로 일을 안했다고 한다. (그럼 회사가서 뭐했는지 나로서는 도무지 상상이 안된다.)
코로나19로 생활 전반이 비대면으로 전환됐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기존에 존재했던 가상 세상 이상의 것을 찾기 시작했다. -중략-
게임을 하지 않던 사람들은 비대면이 일상화한 것에 불편함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략-
낯선 시스템에 대한 피로감은 곧 우울감으로 전이됐다.
그러나 게임을 즐겨하던 이들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환경이다. (pg 259)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PC게임에 엄청 빠져있던 아이들은 컴퓨터를 다루는 실력도 출중한 경우가 많았다.
요즘 아이들은 또 요즘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을 하기 위해 새로운 다양한 기기들을 다루게 될 것이다.
판이 바뀌고 있다. 국내 게임 산업 총 매출액은 2020년 기준 17조 93억 원이다.
2018년 14조 2,900억 원, 2019년 15조 5,700억 원으로 해마다 9%씩 성정하고 있다.
이는 미래의 일자리게 게임 산업 안에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pg 244)
단순히 게임을 즐긴다고 해서 모두가 게임 산업에 종사하게 되는건 당연히 아니겠지만,
게임의 방식이 다양한 산업에 접목되고 있고 특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관심을 유지하는 데에 게임만한 방법도 없기 때문에
사고방식이 게임에 익숙한 인재들이 활약할 분야가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 자체를 터부시하는 세상에 설득력있는 게임 예찬론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진짜 게임을 혐오하는 사람들은 이 책도 안 읽을 가능성이 클테니 사람들의 인식이 금새 바뀌지는 않겠지만
게임 산업의 성장과 게임의 기술이 다른 산업으로 폭넓게 전파되는 것은 뚜렷한 사회현상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사람들의 인식도 변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책이었다.
게임에 덧씌워진 원죄를 씻어낼 책임과 힘은 누구에게 있을까.
지나치게 상업적인 게임을 양산해 내는 기업, 자녀가 휴식 없이 공부만 하기를 바라는 부모,
게임과 도박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정부, 즉 우리 모두에게 조금씩 책임이 있다.
인간은 게임을 만들었고, 게임은 인간을 만들고 있다.
어떤 게임을 만들고, 어떤 인간이 될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pg 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