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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되었지만 홀로 설 수 있다면
도연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1년 3월
평점 :
인상깊은 구절
무아는 문자 그대로 보면 '내가 없다'지만, '나를 있게 한 뭔가가 있다'를 아는 것이다.
나 혼자 세상에 태어나 나 잘난 맛에 살아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누군가, 무언가가 나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내가 누군가, 무언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의식이다.
그걸 인식하고 인정하게 될 때 에고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나밖에 모르는 에고라는 감옥에서 나올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모두 그러한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와 해탈을 맛볼 수 있기를 바란다. (pg 73-74)
기독교 재단 소속 대학에서 7년이나 녹을 받아 먹고 살았던 주제에 이상하게 난 종교인들에 대한 태생적인 반감(?)이 있다.
일반적으로 종교인에게는 보통 사람들에 비해 아득히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기대되는데
그 기대에 부합하는 삶을 살아가는 종교인들이 많지 않다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종교인이 입바른 소리를 하는 것은 직업적인 의무이다.
하지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자신의 삶으로 살아내는 것은 매우 다른 일이다.
최근에 있었던 한 유명 스님의 재산 문제를 둘러싼 이슈를 보아도 사람들이 실망한 포인트는 바로 이것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빤쓰 목사의 재산을 두고는 실망하지 않는다. 애초에 도덕성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교인들이 흔히 하는 입바른 소리들을 그리 귀담아 듣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삶의 방향성이 어떻고 저떻고를 떠들기 보다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아 한 번 읽어보기로 했다.
사실 스스로가 자신의 감정을 읽고 컨트롤하고 싶다는 욕구는 누구나 있을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오해와 분노, 슬픔과 우울함 등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때로는 다 때려 치우고 산 속에서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게 어찌 마음처럼 쉽겠는가.
그러니 중년이 되면 괜히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좋아지는 모양이다.
여하간 위와 같은 감정을 경험할 때의 반응도 사람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난 애초에 감정의 디폴트값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옆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 줘야 하는 사람인 반면,
우리 집사람은 평소에 감정에 대해 속으로 많이 묻고 인정하려 노력하는 편이라고 한다.
여기서 인정의 의미는 '아. 내가 지금 많이 속상하고, 화가나서 이런 마음이 들었구나!'라고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 책도 저자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방법으로 명상을 제시하고 자신이 경험한 명상법을 공유하기 위해 쓴 책이다.
카이스트라는 굴지의 명문대를 떠나 어린 나이에 출가했다는 것이 세간에는 흥미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출가의 계기가 거창한 목적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사람마다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자신에게는 출가였을 뿐이었다고 말이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자신이 선택한 길이 항상 옳은 길이라는 확신을 갖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는 그 존재의 권위와 가르침에 익숙해지고 어느새 종속되어 버렸다. 그건 문제였다.
확실한 미래와 구원, 깨달음이 보장된 것 같은 환상을 일으켰다.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이다.
내 삶에 내가 없었다. -중략- 방황을 멈추기 위해 정한 계율과 사람 속에 묻혀버린 것이다. (pg 47)
저자 역시도 출가 후 이런 저런 고민들과 사색을 통해 지금의 길을 걷고 있고,
지금도 열심히 명상하며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
또한 명상이 곧 자신을 발견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수련법이 있을테지만 그 중의 하나가 명상이며 별다른 준비물이나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다고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젊은 세대여서 그런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과 이를 행복이라는 길로 연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하는 게임을 조사해 본 바 있다. -중략-
스마트폰 게임 중에 '포켓몬 고'라는 게임도 주목할 만하다. -중략-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서 정신적으로 건강하긴 어렵다.
게임 제작에서도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몸과 정신 모두 활성화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고 싶다. (pg 202)
명상을 가르쳐 주는 매체는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단순히 글을 통해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것과 이해한 것을 직접 실천해보는 것은 다른 일이다.
자신의 감정에 30년 이상 휘둘리고 지배당하며 살아왔던 나 자신이 스스로의 내면을 그대로 들여다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아는 문자 그대로 보면 '내가 없다'지만, '나를 있게 한 뭔가가 있다'를 아는 것이다.
나 혼자 세상에 태어나 나 잘난 맛에 살아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누군가, 무언가가 나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내가 누군가, 무언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의식이다.
그걸 인식하고 인정하게 될 때 에고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나밖에 모르는 에고라는 감옥에서 나올 수 있게 된다. (pg 73-74)
생각해보면 참 당연한 이야기인데, 이런 당연한 이야기들은 당연하기 때문에 잘 잊고 산다.
그래서 항상 집사람은 입버릇처럼 작은 것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요즘 집사람을 함토스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진리를 조용하게 알려주는 책이었다.
팬데믹 시대. 사람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줄여야만 하는 요즘이지만 그러니 더욱이 자신에게 집중하기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저자의 말처럼 집에 갇혀 있다고 답답해하기 보다는 조용히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틈을 활용해
자신을 발견하는 기회로 삼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