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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은 당신을 닮았다 - 나를 몰라서 사랑을 헤매는 어른을 위한 정신과의사의 따뜻한 관계 심리학
전미경 지음 / 더퀘스트 / 2021년 4월
평점 :
인상깊은 구절
너에게 의미 없는 말을 할 수 있는 건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pg 13)
제목이 아주 '갬성 돋아 버리는' 책을 만났다.
블로그라는 공간에 책 읽은 흔적을 남긴 것이 이제 200권 가까이 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감성적인 제목이 아닐까 싶다.
연애 관련 책이라는 것도, 작가가 정신과 의사라는 것도 그리 흥미가 가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제목이 끌렸다.
더 솔직하게는 제목을 읽는데 집사람 생각이 났다.
서글서글한 우리 집사람은 생각해보면 그 사랑도 서글서글한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여하간 정신과 의사가 여러 상담을 하면서 나름대로 정리한 '연애할 때의 마음가짐'에 관한 책이다.
누구나 살다 보면 한 번쯤 만남을 시작할 때의 설레임도 느껴보고 시간이 지나 이별도 해보고
다시 다른 사람을 만나 또 다른 경험을 이어가는 등 '연애'라는 이름으로 겪게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있다.
그 과정들마다 작가가 상담을 하면서 경험한 바를 토대로 짧은 길이의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책 자체가 두꺼운 편도 아닌데다 정신과 의사인 작가가 실제로 내담자에게 이야기하듯 상냥한 문체로 쓰여 있고
각 주제별 길이도 길지 않아서 출퇴근 길에 잠깐잠깐 보기에도 좋을 책이다.
게다가 중간중간 감성이 충전되는 멋진 문구들과 감각적인 일러스트가 있어서 읽기에 지루함이 없다.
책이 목표로 하는 독자층은 미혼 여성인 것으로 보이지만, 나처럼 남성이거나 이미 결혼을 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배우자와의 관계를 이어감에 있어서 참고하면 좋을만한 충고들이 많아서
일반적인 인간관계론으로 읽기에도 나쁘지 않은 책이었다.
(물론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해주라고 한다면 단연 미혼 여성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연애라는 과정의 전반을 짧게 다루고 있는 책이어서 한 문장으로 '이렇게 하면 연애 잘 할 수 있다' 이렇게 정리하기는 쉽지 않지만,
내가 생각할 때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아래 문단이었던 것 같다.
즉 내가 나의 연인의 감정 기복, 관계의 변화, 더 나아가 연인의 유무에 좌우되는 존재는 아니며
나 자체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연애 관계에서 나의 행복은 내 연인이 어떤 사람인가, 연인이 나에게 무엇을 해주는가보다
내가 연인을 대함에 있어 어떤 태도를 갖느냐에 더 달려 있습니다. (pg 289)
좋은 상대를 만나 최선을 다해 그 사람의 호감을 사고 그 사람에게 자신의 습관을 맞춰보기도 하고 상대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런 저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연애 관계도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이득과 일방적인 희생으로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진리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연애 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다.
최근에 이슈가 된 한 연예인의 사례를 봐도 부모 자식간, 형제지간의 관계 역시 일방적이어서는 유지되기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하물며 피를 나눈 사이도 아닌 연애 관계는 오죽 하겠는가.
내 연애가 나의 여러 세계를 점점 축소시키는지 혹은 내가 연인에게 그의 세계를 좁히라고 요구하는지 잘 살펴보세요.
만약 그렇다면 당장은 둘만의 세상에서 행복에 젖을 수는 있지만 분명히 그 약발이 다할 날이 오게 됩니다.
더 이상 둘만 노는 것이 재미있지 않는 그날이요. (pg 144)
그렇다고 해서 상대와의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서 늘 손익계산을 해보라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내가 상대를 사랑해서 베푸는 행위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건강한 관계라면 상대방 역시 나에게 무언가를 베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받고자 하는 베품과 꼭 같은 방향과 강도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상대방의 삶에 나의 삶이 섞이며 때로는 손해를 보기도 하고 이득을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랑은 그런 손해와 이득이 계산되지 않습니다.
물론 이 사람 저 사람과 연애만을 하면서 나의 것을 하나도 손해보지 않는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주는 사랑으로 인해 상대방이 기뻐하고 그 모습을 보며 내가 다시 기뻐하는 그런 세계를 경험해보신다면,
그게 얼마나 큰 인생의 축복인지 아실 겁니다. (pg 115)
연애 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는 사실상 '케바케'다.
때문에 일반적인 대중을 상대로 적용할 수 있는 충고라는 것의 실용성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비슷한 고민을 하는 타인이 있다는 것과 그 사람이 어떻게 이를 이겨냈는지를 알면
자신의 케이스에서도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제가 다시 이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중략-
하늘양의 질문에 산뜻하게 저는 대답합니다.
"아니요. 다시 이번 같은 사랑은 못 하실 겁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랑을 하실 거에요."라고요. (pg 181)
사족이지만 책이 배송왔을 때 집사람이 다소 의아하게 보더니 꿋꿋하게 읽는 모습을 보며 생각보다(?) 잘 읽는다고 신기해 했다.
평소 즐겨 읽는 스타일의 책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재미도 있었고 얻은 것도 있었던 느낌이다.
예전에 연애할 때 이랬었지 싶은 부분들도 꽤 있어서 나름 추억 여행이 되기도 했다.
특히나 아래처럼 카톡 프사로 해두면 갬성 충전 끝나버릴 것 같은 문구들이 많아서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점수 좀 따고 싶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pg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