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WAR 1
안철주 지음 / 봄봄스토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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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간만에 만화책을 집에 들이게 되었다.

독도를 두고 일본과 발생한 가상의 분쟁을 다룬 작품이라고 해서 기대가 되었다.

표지만 봐도 국뽕 냄새가 그득한데, 국뽕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나에게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도 굉장히 궁금했다. 

(스포일러성 문구들은 흐리게 처리하였다.)


표지도 그렇고 그림체도 그렇고 뭔가 요즘 만화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뭔가 어릴 적 사우나 휴게실이나 이발소(미용실 아니고)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봤던 느낌의 만화책이었다. 


작가의 말을 보니 94년에 처음 '대국'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던 것이 최근에 다시 개정되어 나온 것이었다. 

94년이면 20년이 훌쩍 넘은 작품이니 다소 예전 감성이라는 걸 염두해 두고 보기 시작했다.

총 15권이지만 각 권이 약간 얇은 느낌이고 내용 전개가 늘어짐 없이 시원시원해서 금새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내용도 심플하다.


배경은 90년대 말로 한국과 북한 사이에 사람과 물자가 자유로이 이동하는 등 완전한 통일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독도 근처에서 한일이 협력해 유전을 하나 개발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석유 대박이 터진다.

마침 추석 연휴여서 그 곳에 상주 중인 한국인 기술자가 1명 뿐이었던 것을 노린 일본은 기술자를 살해하고 석유를 독차지하려 한다. 

그 시도를 대한민국 해군 장교이자 정의로운 우리의 주인공이 막고자 고군분투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5년이 넘은 작품인지라 요즘 사람들이 보기에는 다소 오글거린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림체도 낯선 느낌이고 대사도 약간 옛날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정도 대사는 충분히 견딜 수 있는 항마력이 필요하다.)

 

(8권 pg 102)


또한 인물들의 설정도 특별한 반전 없이 악역은 일관적으로 악역이고 선역은 너무도 완벽하게 선역이어서 스토리가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속된말로 '통수치는' 재미가 없다.)

하지만 그만큼 '고구마' 같은 전개가 없고 시원시원하게 내용이 쭉쭉 전개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메시지만큼은 요즘 세대들에게도 유효하지 않을까 싶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문제 해결을 위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자들이 고위 공무원들이나 국회의원 이런 사람들이 아닌

하급 장교(주인공은 대위였다가 소령으로 진급한다.)와 그를 따르는 군인들, 기업가, 기자, 그리고 시위로 들고 일어나는 다수의 시민 등 

민간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타올라라 국뽕이여!)

 

(9권 pg 81)


작품에서도 각 권 서두에서 임진왜란과 비교하는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임진왜란 역시 이순신 장군의 탁월한 리더십도 중요했지만

평범한 농민들이 주도한 의병 역시 큰 활약을 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큰 장면들이었다. 


또한 만화에서 묘사하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는 지금 봐도 멋진 발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본이라는 공동의 적을 위해 합심하는 남북의 노력이 멋지게 잘 그려져서 통일 한국에 대한 기대감도 생기게 되는 것 같다. 

이번 정부 들어서 북한과의 관계가 좀 개선되는 것 같다가도 최근 김정은의 행보를 보면 '역시나'라는 탄식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이룸으로써 가능한 것들을 이 작품을 통해 미리 상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옛날 작품이어서 아쉬운 점들도 많다.

특히나 작품의 결말은 비교적 최근까지 군사독재를 경험했던 나라에서 상상하기엔 너무도 위험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국을 이유로 총구가 일본을 겨냥했을 뿐이지 군 통수권자 몰래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고위 장교들이 일반 대중들에게 그렇게 정의로운 집단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분쟁의 원인이 '석유'라는 점도 요즘에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겠다. 

천연자원 없이 경제력을 성장시키기 위해 사람을 갈아 넣어왔던 근현대사 때문인지 '우리도 석유로 꿀 빠는 나라가 되고 싶다'라는 

열망이 작품에 직간접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나 하는 자조적인 생각이 들었다. 

연인이나 부부 사이인데 여성만 존대말을 쓴다거나, 기업 총수가 계열사 사장에게 자신의 딸을 마치 하사품처럼 만나보라고 권유하는 등 

요즘 사회상에서는 제법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도 종종 눈에 띄였다. 


그리고 오랜만에 개정판을 낸 만큼 편집 과정에서 폰트 교체와 오탈자 검수가 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폰트가 옛날 만화책 폰트여서 가독성이 다소 떨어지는데다 예전에 있었던 오타도 그대로 실려있는 것 같아 작품의 빛을 좀 가리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독도 문제가 이 책이 처음 발간되고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완전하게 해결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이 의미를 갖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아베가 물러나고 정권을 잡은 스가라는 인물이 과거에 독도 문제를 자주 거론했던 인물이라는 점도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괜히 일본이 혼자 자꾸 물고 늘어지는 것 뿐이지만 그런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건

일본이 아직 이 나라를 우습게 보고 있다는 의미 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책에서 다루는 주제의 외적인 부분이지만,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국 사회가 많이 발전했다는 것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최근에는 우리나라 정부가 일본 정부를 대함에 있어서 이 책에서처럼 비굴한 태도를 보이지도 않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많은 부분 비등한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에 있었던 일본 불매 운동도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게다가 석유 같은 지하자원 없이도 IT기술과 문화 컨텐츠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분야가 많아졌다. 



한일 관계에 있어서 이론적으로 가장 좋은 결말이란 물론 양국이 서로 발전적인 방향으로 협력해 가는 것일테지만 

아직까지 그 길은 너무도 멀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 하나가 굴복할 때까지 힘의 논리로만 승부하는 것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국뽕 하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나지만 그런 나에게도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충분히 주는 좋은 작품이었다. 

다만 원작의 오리지널리티가 조금 변하되더라도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이 수정되어 다시 개정판을 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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