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3가지 새 이야기
가와카미 가즈토.미카미 가쓰라.가와시마 다카요시 지음, 서수지 옮김, 마쓰다 유카 만화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인상깊은 구절

그런데 최근 딱따구리의 뇌도 충격을 받으면 손상을 입는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딱따구리의 뇌에는 타우 단백질이라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 물질로 추정되는 물질이 다른 새보다 많이 축적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계속 나무를 쪼아대는 딱따구리는 뇌 손상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는 '록키'같은 타고난 승부사인 모양이다. 



뼛속까지 문돌이인 난 자연과학쪽 책은 잘 찾아보지 않는 편이다.

다독하진 않지만 그래도 꾸준히 독서를 하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순전히 글을 읽는 '즐거움' 때문인지라 

뭔가 재미가 없을 것만 같은 자연과학쪽 책은 손이 잘 가지 않게 된다. 

'과학'이라는 단어에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나에게 자연과학 서적도 재밌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책이 바로 '가와카미 가즈토' 작가의 

'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이라는 책이었다.

일본에서 유명한 조류학자라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힘을 빡 주고 쓴 책도 아니고 그저 일반 대중들에게 조류를 연구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유쾌하게 설명해주는 책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 작가가 새로운 책을 발간했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집어 들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새 이야기를 즐겁고 유쾌하게 풀어놓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네 컷 만화를 곁들여 진입장벽이 한층 더 낮아진 느낌이 들었다. 


재미난 새 이야기가 83가지나 담겨 있는데, 페이지 구성이 좌측에는 네 컷 만화가, 우측에는 해당 새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 이야기가 모두 만화 1페이지, 설명 1페이지로 짧게 담겨 있어서 초등학생 이상만 되도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출퇴근 길에 잠깐잠깐씩 보기에도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난 침대 근처에 두고 잠들기 전에 3-4개씩 짧게 읽었다.)


등장하는 새들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거나 TV에 자주 등장하는 새들이 주로 담겨 있어서 친근한 느낌이 든다.

신기한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유별난 방향으로 진화했거나 생각보다 머리가 좋은 새들이 기억에 남는다.


예를 들면, 딱따구리는 특유의 따다다다다닥 하는 소리와 함께 맹렬한 속도로 나무를 쪼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작은 체구로 나무에 구멍이 날 정도로 들이 받으면 머리는 멀쩡할까가 궁금했다. 

연구에 따르면 딱따구리는 뇌가 두개골에 가득 차는 구조로 진화해서 머리를 빠르게 흔들어도 뇌에 손상이 덜 간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와 같은 재미난 연구 결과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딱따구리의 뇌도 충격을 받으면 손상을 입는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딱따구리의 뇌에는 타우 단백질이라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 물질로 추정되는 물질이 다른 새보다 많이 축적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계속 나무를 쪼아대는 딱따구리는 뇌 손상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는 '록키'같은 타고난 승부사인 모양이다. (pg 39)


그런데 저 말이 사실이라면 사람도 머리를 자주 부딪히면 알츠하이머가 올 수 있다는 얘기 아닌가?

역시 박치기 많이 하면 머리 돌 된다는 옛날 어른들의 말이 사실인 모양이다.


그리고 우리 말 중에 나쁜 머리를 놀리는 말로 '새 대가리'라는 표현을 쓰는데 생각보다 똑똑한 새들도 많았다.

특히 똑똑한 것으로 알려진 까마귀는 스스로 재미를 위한 놀이를 찾아서 한다거나 소독을 위해 개미와 연기를 이용하는 등 

도구 활용 능력도 대단했다.

심지어는 불을 활용해 사냥을 하느라 산불을 내는 독수리, 매와 같은 새들도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불을 주고 그 벌로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혔다는데 그 때 독수리가 불도 같이 훔쳐간 모양이다.)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쉽게 읽히는 책이어서 부담이 없었다.

다만 서술 부분이 워낙 짧아서 그런가 내가 좋아했던 작가 특유의 빛나는 유머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만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에 읽었던 책에 비해 재밌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만화 그린 사람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만화 파트보다 글 파트가 더 재미있었다.) 


오히려 이 책이 새에 대한 정보 전달 측면에서는 더 좋았다는 느낌이다.

읽고 난 후 다양한 새들의 특이한 생태가 기억에 잘 남았다. 

그림이 있어서 새의 외형과 행동이 직접적으로 연상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조류는 꼭 애완동물이 아니어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 공부한다는 즐거움이 있어서 좋았던 책이었다.



작가의 또 다른 책 '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의 서평: 

https://blog.naver.com/qhrgkrtnsgud/22137092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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