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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자 아빠의 기막힌 넛지 육아 - 어린 뇌를 열어주는 부드러운 개입
다키 야스유키 지음, 박선영 옮김 / 레드스톤 / 2018년 7월
평점 :
인상깊은 구절
부모와 자녀의 대화에 늦은 때는 없다.
초등학생이든 중학생이든 당장 오늘 저녁부터 시작해 보자. (pg 64)
결혼 후 3년이 지날 무렵.
이제는 아내와 함께 아이를 낳아 잘 키워 보자고 작정하고 낳은 아이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는 너무나 어렵다.
내 아이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이 지금쯤이면 슬슬 어린이집을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우리는 아직 그럴 생각은 없다.
일단 아내가 복직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고 요즘 어린이집 사고가 많다보니 다소 불안하기도 해서 그렇다.
그러다보니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어린이집에서 학습해야 하는 것들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늘 고민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아이를 보며 때론 무서운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마음으로는 뭐든 다 해주고 싶지만 막상 뭘 하려고 보면 뭘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고민은 머릿속에만 있을 뿐 일상은 늘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하다보면 어느 새 나도 잘 시간이 된다.
침대에 누워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듯이 보내는게 맞나? 아이에게 더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제목처럼 꼭 아빠가 하면 좋을 육아법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누구나 적용할 수 있는 쉬운 책이었다.
뇌과학자가 쓴 책이니 당연히 아이가 뇌를 충분히 활용하여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아이로 자라게 돕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특히 '호기심'에 주목하고 있다.
아이의 호기심이 폭발하는 5세 미만의 시기에 부모가 어떻게 유도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호기심 수준이 달라지며,
호기심이 잘 발달한 아이는 평생 스스로 학습하게 하는 아이로 자라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아, 우리 아이는 5세가 넘었으니 벌써 늦어버린걸까?' 싶은 부모들이 있을 수 있다.
적정 연령을 넘겼다고 해도 절대 포기하지 말자.
뇌는 몇 살이 되어도 새로운 정보에 접촉하면 그대로 반응하고 성장한다. (pg 121)
물론 어려서 하면 더 빠를 수는 있겠지만, 늦었다고 해서 불가능한 것이 아니니 일단 실천해보라는 메시지가 좋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아이의 호기심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극하고 지속시킬 수 있을까?
그 첫 걸음으로 저자는 '도감'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다.
아이의 관심사가 세상으로 넓어지기 시작할 때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동식물, 사물에 대한 도감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가까이에 도감을 마련해두고 쉽게 접하게 하는 것이 그 첫 걸음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어릴 적 집에 전집이 있었는데 정말 자주 봤었다.
얼마나 봤는지 이름을 외우는 것은 물론이요, 어떤 페이지에 어떤 동물과 물고기가 나오는지도 외웠었다. (물론 지금은 기억 안나지만;;)
저자에 따르면 이런 경험이 살아가면서 학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전집을 구비해두라는 의미는 아니고, 저자는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분야가 늘어갈 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늘려가라는 충고도 덧붙이고 있다.
이렇게 도감으로 시작된 학습이 재밌어지면 점차 스스로 선택해서 읽는 책의 폭이 넓어지고,
궁금한 것을 어떻게 하면 알 수 있는지를 알게 되면(즉, 스스로 공부하는 요령을 알게 되면)
학교에 들어가서도 교과 공부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된다고 한다.
그럼 도감만 사주면 끝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저자는 도감과 현실을 연결해주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도감에서 물고기를 보며 아이가 좋아했다면 아쿠아리움에 데려가 그 물고기를 실제로 볼 수 있게 해준다던가,
꽃을 보며 좋아했다면 꽃집에 가서 마음에 드는 꽃을 직접 골라 키워보게 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부분을 보면서 언젠가 TV에서 본 항공 영재가 생각났다.
비행기를 너무 좋아해서 비행기 기체의 재원은 물론 파일럿이 되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도 다 꿰고 있는 아이였다.
그 아이도 대단했지만 진짜 대단한 건 아이의 부모님이었다.
아이가 비행기를 좋아하니, 휴일에는 그냥 공항 근처로 가서 아이가 하루종일 비행기를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관련 방송 내용을 소개한 기사: http://sports.chosun.com/news/ntype.htm?id=201801170100123360008789&servicedate=20180116)
직장인이라면 주말이 얼마나 소중한지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집에서 부족한 잠도 자고 싶고 취미생활도 하고 싶을텐데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간을 내는 부모.
그런 부모가 있으니 아이가 영재로 자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는 이런 비결 외에도 아이의 뇌가 성장해 감에 따라 어떤 학습이 필수적인지도 소개하고 있다.
책을 늘 곁에 누고 아이가 커감에 따라 한번씩 들춰보면서 어떤 경험을 하게 해주면 좋을까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 후 학원을 보내는 것으로 아이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될 때 다시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부모와 자녀의 대화에 늦은 때는 없다.
초등학생이든 중학생이든 당장 오늘 저녁부터 시작해 보자. (pg 64)
지금은 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내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아버지와 친해진 건 내가 중학교 들어간 이후였다.
(오죽하면 내 아버지는 아들만 둘인 양반인데 난 아버지와 목욕탕을 같이 가 본 경험도 없다.)
어릴 때 추억이 많지 않지만 지금은 친근하게 지내고 있으니 육아에 '늦음'이란 없는지도 모른다.
육아는 긴 프로세스다.
지금 뭘 하면 좋을지 막막하긴 하지만 지금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결국 아이의 인생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당장 이 걸 시켜봐야겠어!', '당장 이런이런 책을 사서 읽혀야겠어!'
이런 조급함 대신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의 호기심에도 좋은 영향을 줄까?'라는 고민을
보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었다.
책 자체는 얇고 글씨도 얼마 안되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쉽게 쓴 책인데다가 중간중간 그림으로 이해를 돕고 있어서 술술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초보 부모들에게는 참고할만한 좋은 충고들을 가득 담고 있었다.
오히려 내용이 좀 짧아서 아쉬울 정도였다.
저자가 관련 내용으로 추가적인 책을 낸다면 바로 접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