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긍정일력 (스프링, 탁상) - 선생님 마음에 위로와 용기를 주는 명화와 글 365
김성환 지음, 이지안 도슨트 / 더블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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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선생님은 ‘긍정훈육’에 대한 강의로 알게 되었어요. 다양한 성향의 아이들이 있는 교실에서 무너지지 않고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지도법이 필요했습니다. 긍정훈육에서는 친절하지만 단호한 선생님의 모습을 이야기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단호함은 체벌이 아닌 흔들리지 않는 학급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해요. 이랬다 저랬다 하는 선생님에게는 어떠한 신뢰와 믿음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럭저럭 학급 경영을 잘 해오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김성환 선생님의 긍정훈육법을 알게 된 뒤에는 그게 아님을 알게 되었어요. 열심히 관련 책을 읽었고 김성환 선생님의 온라인 연수를 들었습니다. 한 순간에 바뀌지는 않았겠지만 그런 노력들이 저와 학생들에게 조금씩 좋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번에는 선생님 마음에 위로와 용기를 주는 ‘교사 긍정일력’을 출간하셨다고 하셔서 꼭 읽어 보고 싶었습니다. 학생들을 위한 좋은 말을 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정작 저 자신을 위해서는 좋은 말들을 아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누군가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 방법은 의외로 쉬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말’ 한 마디면 충분할 때가 있거든요. 말의 힘은 아이나 어른, 남자, 여자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나타납니다. 교직에 있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그 중에는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힘들었던 장면도 있었지만 따뜻한 말 한 마디로 인해 보석처럼 자주 들여다 보고 싶은 순간들도 있습니다.

‘말 한 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말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어요. 특히나 어린 아이일수록 어른들의 고운 말 한 마디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를 다그치기 보다는 그 아이가 반짝이는 순간을 찾아서 말해 줍니다. 백 마디 잔소리보다 칭찬의 말 한 마디가 아이를 변하게 도와줘요. 그런 모습을 알기에 가능하면 아이들의 좋은 모습을 찾아주고 소리내어 말해 줍니다.

어른에게도 칭찬의 말은 필요해요. 선생님이 힘이 나도록 돕는 것은 선생님을 향한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의 응원과 칭찬의 말이거든요. 1년 동안 잘 쌓아왔던 관계가 오해로 인한 말 한 마디에 와르르 무너지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도 그렇듯이 선생님에게 전해진 고운 말, 좋은 말은 아이들에게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합니다.

최근 들어 교권이 무너지는 사례가 많이 보도되고 있지만 선생님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장면들이었어요.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존중과 배려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비록 지금은 선생님의 위치에서 아이들을 보지만 저 또한 학창시절에는 문제를 체벌로만 해결하려는 선생님들로 인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반발심으로 적어도 나는 저런 선생님은 되지 말자는 다짐을 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학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100% 만족을 주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때마다 오고가는 거친 말들이 사실 많이 지치게 합니다. 선생님에게도 좋은 말이 필요한 때가 되었어요.

김성환 선생님의 <교사 긍정일력>은 달력 형태로 되어 있어요. 365개의 명화와 좋은 글귀로 선생님 마음에 위로와 용기 그리고 힘을 줍니다. 세상에 내 편이 아무도 없을 것 같은 날, 내 편이 되어주는 글과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어요. 그 안에서 위로와 지혜와 긍정적인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그 자리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참 고맙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 365일이 필요했다는 김성환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참 감사한 선물이에요.

처음 몇 장을 넘기다 보면 ‘열두 달의 버킷리스트’ 페이지가 나옵니다. 만년 일력으로 제작되었기에 여기에 적은 12개의 버킷리스트를 올 해 이루지 못했다고 해도 괜찮아요. 그 다음 해에 또다시 도전할 수 있으니까요.

1월 1일은 아서 존 엘슬리의 ‘저런!’이라는 명화로 시작됩니다. 이 일력이 좋은 것은 단순히 응원의 글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명화가 소개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난생 처음보는 작품도 있고, 어디선가 본 듯이 낯익은 작품도 있지만 작가명과 작품명을 알지 못하더라도 그림 자체가 주는 감동이 있어요. 그림을 보고, 긍정적인 마음이 들 수 있는 글을 읽으며 하루의 마음을 챙기며 지낼 수 있습니다. 왼쪽 하단에는 ‘오늘의 단어’가 제시되어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게 도와줍니다.

일력을 넘기다가 4일차에서 멈칫하게 됐어요. 그곳에는 ‘오늘의 단어’로 ‘거절’이 적혀 있었거든요. 평소 거절을 잘 못해서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었는데 거절은 부정이 아닌, 나를 위한 선물이라는 말이 큰 울림을 주었답니다.

‘일이 바쁘고 정신이 없을 때, 아이들이 난감함 부탁을 할 때가 있죠. 때로는 정중하게 거절하세요. 보다 건강한 나를 위해 말예요. 나를 먼저 사랑해야 아이들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교사 긍정일력> 중에서’

일력을 넘기다 보니 몇 개의 문장과 그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 마음 쓰이는 것들에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여기에 그 문장들을 기록해 봅니다.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의 교탁이 생각납니다. 선생님의 책상 위에는 제법 큰 거울이 하나 놓여 있었어요. 나중에 그 이유를 듣고 크게 감탄했던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수업 중에도 가끔씩 거울을 보신다고 하셨어요. 지금 내 표정이 어떤지 아이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생각하신다고 하셨답니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이 글을 보면서 그때가 떠올랐어요. 새학기에는 저도 교탁 위에 거울을 올려 놓고 수시로 표정과 자세를 체크해 보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교사 긍정일력>에는 이렇게 소중한 이야기가 365개 실려 있어요. 올 해 읽고 본 문장과 그림이 내년에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에 활용도가 높아집니다. 3년 일기, 5년 일기처럼 해마다 다른 마음가짐과 감상평을 가질 수 있어요. 아예 3년 일기장을 준비해서 해마다 같은 그림 다른 생각을 적어보는 것도 <교사 긍정일력>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꼭 실천해 보고 싶습니다.

<교사 긍정일력>은 단순히 선생님의 마음을 위로만 하는 달력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선생님 자신의 마음과 함께 학생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은지에 대한 생각을 얻을 수 있는 문장들이 있어요. ‘필터’에 대한 설명을 담은 이 글이 바로 그 중 하나입니다.

처음에는 지친 마음을 위로 받기 위해 선택한 일력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글을 읽으면 용기와 힘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말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달을 수 있고요.

학년 말이 되면 후련함 반, 아쉬움 반이 뒤섞인 마음이 됩니다. 1년 동안 아이들과 아웅다웅하며 지냈기에 빨리 학년을 올려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더 잘해주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해요. 이럴 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학부모님의 문자를 받으면 선생님으로서 이 자리에 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됩니다.

<교사 긍정일력>을 읽으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것은 마음이 담긴 따뜻한 말 한 마디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원동력이 됩니다. 부디 아이들이 가진 각자의 빛을 밝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하게 되고요. 그런 면에서 김성환 선생님의 <교사 긍정일력>은 선생님들에게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자존감이 낮아진 선생님이나 다시 아이들과의 생활에서 희망을 찾고 싶으신 선생님들께 <교사 긍정일력>을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진심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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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이 콘텐츠가 되는 순간 - 평범한 내 일상이 누군가에겐 ‘인생 콘텐츠’가 된다
한혜진 지음 / 경이로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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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된다는 것은 꽤나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책을 출간하고, 다양한 매체에 기사를 올리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은 나와는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요즘 알아가는 중입니다.

개인적인 관심사를 꾸준히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안에서 남과는 다른 나만의 콘텐츠가 만들어집니다.

<내 삶이 콘텐츠가 되는 순간>의 한혜진 작가님은 평범한 내 일상이 누군가에겐 '인생 콘텐츠'가 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콘텐츠가 없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 하에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할수록 도움 되는 방법만을 엄선해서 알려줍니다.

이 책에서는 콘텐츠로 잘되는 사람들에게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1. 무언가를 배웠다면 일단 해본다.
2. 자신이 선호하는 것에 집중한다.
3. 글쓰기를 활용한 콘텐츠 생활이 이미 자신에게 유익하다고 믿는다.

이 세 가지가 그들의 공통점입니다.

소재를 발견하고 그것을 나만의 콘텐츠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자세하게 담고 있기에 지금 콘텐츠의 방향을 잡길 원하는 분들께 도움을 줍니다. 이 책을 컴퓨터의 단축키라고 여겨달라는 작가의 바람은 책의 전반적인 방향을 알려줍니다. 작가님은 단축키를 익히고 응용하면서 책의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를 권합니다. 다만, 필요없는 단축키는 생략해 가면서 자신에게 맞게 책을 활용하라고 합니다.

책은 6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좋은 콘텐츠는 단 한 사람을 위한 것
2장. 콘텐츠 만들기 1단계: 나를 취재하라.
3장. 콘텐츠 만들기 2단계: 내가 원하는 것을 정하기
4장. 콘텐츠 만들기 3단계: 실천하기
5장. 방송작가처럼 콘텐츠 구성하는 법
6장. 콘텐터로 살아가는 법

전체적인 책의 구성이 콘텐츠 만드는 방법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콘텐츠 제작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책 중간마다 다양한 표와 그림들이 제시되어 이해를 도와줍니다.

이왕 콘텐츠 제작가가 되기로 했다면 잘 팔리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하게 됩니다. 개인의 생존 역량이 중요해진 시대에 인간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자신만의 서사임을 알려주고, 서사를 이야기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가꿔갈 수 있음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망설임에 할까 말까를 고민하기 보다는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작가님의 말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합니다. 나를 취재하고 원하는 걸 정하고, 실천하면 콘텐츠가 된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자신을 들여다 보자고 합니다. 더는 콘텐츠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 살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내 삶이 콘텐츠가 되는 순간>은 단순히 콘텐츠 제작에 대한 정보 제공이 전부가 아닙니다. 책을 통해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갖게 해줍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거나 최근들어 자존감이 낮아졌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진심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내삶이콘텐츠가되는순간 #한혜진 #경이로움 #콘텐츠제작 #콘텐츠만들기 #콘텐츠생산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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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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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보다는 소박함 속에서 삶의 행복과 사랑을 느껴보길 원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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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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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님을 안 지가 얼마되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작가님의 성함을 안 것은 고등학생 시절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지만 진심으로 작가님의 작품을 접하고 알게 된 것은 1~2년 남짓인 것 같아요. 

주변에는 작가님이 너무나 유명해서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책들이 있습니다. 박완서 작가님도 그 중 한 분이셨어요. 작가님의 책들은 왠지 삶의 내공이 어느 정도 쌓여야만 도전해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변화가 생기고 있어요. 드디어 작가님의 책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박완서 작가님 뿐만 아니라 그 전에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분들의 작품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요. 다만, 앞서 말했듯이 삶의 내공이 쌓였기 때문은 아닌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처음부터 닿을 수 없는 목표였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이게 무슨 의미지?’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책의 저자가 박완서 작가님이라는 말 한 마디에 책을 선택했습니다.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쳤을 때는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어요. 오고 가는 차 안에서의 시간이 아까워서 독서를 하고 가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책을 들었고, 두툼한 책 표지를 한 장 넘겼습니다. 주황색 내지 왼편에는 박완서 작가님의 이력이 소개되어 있었고, 오른편에는 짧은 문장 하나와 작가님의 사인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게 끝이었어요. 1시간 남짓 차를 타고 가는 동안 그 한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그 짧은 한 문장이 제 마음에 계속 메아리 쳤거든요.

“사랑이 결코 무게로 느껴지지 않기를,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순간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라는 책 제목이 완연히 제 마음 속에 스며들었습니다. ‘이 말이었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사랑해서 결혼을 했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사랑들이 제게 커다란 무게로 다가오더라구요. 분명 내가 사랑해서 시작한 일들인데 그 안에서 갖게 되는 책임감을 엄청난 무게로 느끼며 허우적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사랑을 무게로 느끼고 있었구나.’ 순간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게로 느껴진 사랑이 저를 날카롭고 거친 엄마로 만들었던 것 같아서요. 사랑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나치게 과하지도 말고 덜하지도 말고, 내가 담을 수 있는 만큼만 마음에 담자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도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짧은 에세이들이 한 편씩 모여 만들어진 에세이집입니다. 크게 3개의 테마로 묶여 있지만 각각의 에세이가 가진 힘이 있어요. 글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작가님이 만들어 놓은 편안한 세상에서 같은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책 중간에 한 두 장씩 나오는 작가님의 사진도 글과 어우러져 한 편의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았던 낱말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넓어짐을 느끼게 됩니다.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질문이 떠오릅니다. 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이었어요. 그때는 너무나 막연해서 머뭇거렸던 질문이었는데 박완서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그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의 글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위안, 행복을 주는 것을 보면서 느끼게 되었어요. 

"내가 있어서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따뜻해졌다고 느끼길,
내가 쓰고 그린 글과 그림들이 누군가의 마음에 힘과 용기와 사랑을 주기를,
그런 따뜻한 선물을 한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화려함보다는 소박함 속에서 삶의 행복과 사랑을 느껴보길 원하시는 분들께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를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진심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사랑을무게로안느끼게 #박완서 #박완서에세이 #에세이 #미출간에세이 #세계사 #리뷰어스클럽 #따뜻한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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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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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킨 실타래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 그 끝이 어디를 향하는지도 모른체 실을 따라가다가 발부리에 채인 돌덩이에 고개를 들었다. 그 앞에 거대한 벽이 놓여 있었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는 동안 내내 이런 기분에 휩싸였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 빠져들어 한 글자씩 따라가다보니 주변에 있는 것들이 전혀 보이지 않고 오로지 그가 만들어 놓은 거대한 벽만 보였다. 그렇게 책을 읽던 중 소설에 등장하는 벽이 마치 삶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수없이 만나게 되는 웅장한 벽을 그의 소설을 읽으며 떠올릴 수 있었다.

해가 갈수록 늘어가는 것은 불안감이었다. ‘이맘때쯤이면 이런 것들을 했어야 하는데 나는 여전히 반도 못 왔구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꾸 옆 사람을 곁눈질하며 그들이 이루어 놓은 업적에 나의 성과를 비교했다. 그때부터 나에게는 성장과 성공에 대한 조급함이 함께 자랐다. 불안함을 지우기 위해서 그동안 자기계발서 위주의 책만 읽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업무에 관한 책과 지금의 나를 한 단계 점프시켜 줄 수 있을 것 같은 책만 읽었다. 시나 소설을 읽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삶이 무미건조해지고, 기계적으로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로지 성장과 발전만이 40대를 살고 있는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인 것만 같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만났다.

처음부터 그랬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벽은 우리의 삶이자 미래인 것처럼 보였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가상 세계 속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막닥뜨리는 벽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면서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불확실한 벽에 둘러싸인 도시는 바로 우리의 인생 그 자체인 것이다. 도망치고 싶어도 쉽게 도망칠 수 없고 때로는 현실을 피해 어딘가로 숨고 싶어하는 곳, 모두가 될 수 있다.

주인공인 ‘나’는 17살, ‘너’는 16살에 만나 사랑을 알아간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해 주는 가장 다정하고 친근한 ‘너’를 ‘나’는 사랑한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아픔으로 주인공은 평생 외로움 속에서 살아간다. 사랑을 하고, 사회 생활을 해도 진실된 마음을 찾지 못한다. 결국 ‘나’는 ‘너’와 함께 만들었던 그 불확실한 벽으로 둘러 쌓인 도시를 찾아간다. 오로지 ‘너’를 만나기 위해서 자신의 분신인 그림자를 버리고, 자신에게 상처를 내면서까지 ‘너’를 만나기 위해 고통을 감수한다.

책을 읽는 동안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현실과 가상 세계를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로 인해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책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분명 소설 속 화자는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 하는데 책을 읽고 있는 나는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옴짝달싹 못할 지경이었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는 그림자와 벽, 너, 문지기, 단각수, 웅덩이, 도서관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소설을 이해하고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낱말들이 감싸고 있는 의미를 해석해야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가 만들어 놓은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느낌이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거지?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에 마치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을 읽는 것만 같았다. 수수께끼를 풀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찾고 싶은 열망이 강해졌다. 그러다 문득 주인공인 ‘나’가 그 불확실한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로 들어간 시점이 눈에 밟혔다. 40대, 딱 중년의 나이였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극으로 치닫는 나이가 40대임을 몸소 체험하고 있기에 소설 속 ‘나’의 마음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40대가 되면서 나 또한 꿈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뤄놓은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서 주변을 기웃거리며 타인의 꿈을 곁눈질 했다. 소설 속 ‘나’가 도서관에서 다른 이들의 꿈을 들여다 보며 ‘꿈 읽는 이’가 된 것처럼 말이다. 그에게서 미래라고 하는 불확실한 벽 안에서 꿈을 찾고자 고군분투하던 내가 보였다. 그즈음 우울감과 번아웃이 연이어 왔고,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멈추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주인공인 ‘나’가 그림자를 떼어 놓고 도시로 들어가서 오로지 타인의 꿈만 읽었던 것처럼 말이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는 동안 영화 몇 편이 떠올랐다. ‘매트릭스’와 ‘인터스텔라’ 그리고 ‘인셉션’이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꿈과 현실, 허구와 진짜 세상과 시간의 영속성이다. 책 표지를 유심히 살펴 보았다. 검은 색 홀 안에 살짝 숨겨진 또 다른 행성이 보인다. 이 홀을 통과하면 다른 세상으로 연결될 것만 같다. 초록색 겉표지를 벗기자 그 안에 신비롭게 숨어 있던 또 다른 표지가 보인다. 마치 빛이 산란하는 듯 오색찬란한 선들의 향연이 보인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봤음직한 장면이다. 모든 사물이 빛으로 번져 뚜렷한 형태가 없다. 형태란 바깥 세계에서가 아니라 그 세계에 온전히 속할 때만 의미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소설 속 ‘나’가 불확실한 벽으로 둘러쌓인 도시로 들어갈 때 만났을 것 같은 빛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책은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림자를 찾는다는 것의 의미는?’, ‘어디에서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 ‘행복의 조건은?’처럼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나에게는 무늬만 소설인 철학책이었다. 한 페이지씩 읽으며 공책에 질문을 적어 내려갔다. 사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은 곧 ‘나’의 또다른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7살에 만났던 16살의 ‘너’도 ‘나’이고, 문지기와 노인도 모두 ‘나’다. 이를 유일하게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림자는 ‘나’의 메타인지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아우르고 주인공인 ‘나’가 상황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소설에서 그림자를 찾는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0대의 나이는 한창 사춘기를 보내며 인생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는 시기이자 ‘나’는 누구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하는 첫 번째 시기다. 그리고 40대는 인생에 있어서 두 번째 사춘기를 보내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삶, 또 다른 나를 고민한다. 주인공인 ‘나’는 그렇게 두 번째 사춘기를 지나는 시점에서 도시로 찾아 들어간 것이다. 진짜 나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림자와 함께 도시를 탈출하기 위해서 웅덩이를 찾아가던 장면이 귓가에 맴돈다.

책 206쪽 인용)
“들으면 안 돼요. 그림자가 등뒤에서 속삭였다. 보는 것도 안 됩니다. 그저 환영이에요. 도시가 우리에게 환영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눈을 감고 이대로 돌파하는 겁니다. 상대의 말을 믿지 않으면, 두려워하지 않으면, 벽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요.

나는 그림자의 말대로 눈을 질끈 감고 그대로 전진했다. 벽은 말했다. 너희는 벽을 통과하지 못한다. 설령 하나를 통과하더라도 그 너머에 다른 벽이 기다리고 있다. 무슨 짓을 하든 결과는 똑같아.

듣지 마요. 그림자가 말했다. 두려워해서는 안 돼요. 앞을 향해 달리는 겁니다. 의심을 버리고, 자신의 마음을 믿고.”

어쩌면 이 부분이 무라카미 하루키가 우리에게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싶다. 인생을 살면서 수없이 많은 벽을 만나겠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이다. 의심을 버리고 자신의 마음을 믿고 당당하게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이 책에 담은 것 같다.

사실 리뷰를 쓰고 있는 이 시점에도 책의 결론을 모른다. 책을 완성하는데 43년이 걸렸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작가가 긴 삶의 시간으로 완성한 책을 단숨에 읽는 것 보다는 나도 시간을 내서 천천히 읽고 싶어졌다. 책을 아껴가며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매일 소화하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만큼씩만 읽고자 한다. 그렇게 찾은 의미를 내 삶에 적용해 볼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나에게 시간을 선물하는 책이 되었다. 빨리 읽길 채근하지 않는 책이다. 앞으로 이 책을 읽으며 소설 속에서 길어올릴 나의 성찰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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