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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레스토랑 - 오지랖 엉뚱모녀의 굽신굽신 영업일기
변혜정.안백린 지음 / 파람북 / 2023년 9월
평점 :

안녕하세요 스웨터곰 입니다.
10~15년전만해도 비건이라는 단어는
외국에서나 들어볼 법 했던것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도 비건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던 것 같네요.
비건식으로 먹어본적이 없어 생소한 영역이기에
궁금하기도 하고 책 제목 자체부터 호기심을
가지게끔 표현되어있어 읽어보게 된 책입니다.

비건인 것을 굳이 밝히지 않는다는
비건다이닝 '천년식향'을 운영하는 모녀식당.
글을 쓰게된 계기는 비건, 음식, 장사를
화두삼아 일하며 얻은 경험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네요.
음식을 만들고 먹고 술을 판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사회의 비건이
소비되는 과정을 묻고 싶었다고 말이죠.
채소음식 자영업자가 소도, 사람도,
지구도 함께 살리는 상호 상생의 꿈을
가지고 있을때 사업이 유지될 것인지도
검증하고 싶었다고도 말합니다.
다양한 질문의 답을 찾으며 절망에 갇힐뻔한
삶의 의욕이 다시 살아나는 계기가 되었다며
우리 모두가 함께 공생하기를 함께 열기를
바란다고 고백하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공동저자라고 책 표지에 쓰여있기에 딸과
엄마가 각자의 입장에서 기록한 글이
쓰여있을 줄 알았는데 저자는 엄마이자,
서버 및 스토리텔러인 변혜정님이셨어요.
천년식향을 오픈하기 전까지는 여성학자이자
젠더/성평등/인권관련 전문가로 민,관,학을
넘나들며 활동하셨던 분이라고 합니다.
책 내용 중에도 소위 한국사회를 비판하고
지냈던 박사였지 음식관련 박사도 아니었던
만큼 본인도 장사를 시작하게 될거라
꿈에도 몰랐다고 하네요.
같이 사는 딸의 이야기에 공감하다 겁없이
시작했으며 저자가 일하던 기관에서
갑자기 해임되는 상황에 처하면서 다른
몰두할 일을 찾고 있었다며 말이죠.
해임은 3년동안의 긴 재판을 통해 무효화
되었지만, 그 기간동안 저자는 식당을 운영하며
제법 능숙한 장사꾼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음식점 창업 준비물을 메뉴와 레시피 개발
정도만 생각했다가 공간인테리어, 영업,
관리, 세무, 소방, 위생교육 모두 창업자
스스로가 해야한다는 것을 몸소 부딪혀보면서
4개월동안 온갖 우여곡절을 땀과 열정으로
커버하여 완성된 천년식향.
어느날 세운상가 옆에 2평도 안되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버리는 수많은 물건을 고쳐주는
장인을 만났고 천년식향에 있던 계륵취급
받던 믹서기 8개를 맡겼다고 하네요.
장인의 솜씨로 믹서기들은 다시 생명을
얻었고 직원 없이 모든 것을 다 처리하시는
장인정신에 존경스럽다고 고백합니다.
이곳을 올때마다 저자는 처치곤란 또는
귀찮다고 버리면 그 순간은 편할지 몰라도
폐기물이 갈수록 많아진다는 생각에 끔찍해졌다고
말하며, 천년식향에서는 어떠한 것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최대한 사용하려고 노력한다고 하더군요.
그러기에 손님도 두가지 반응으로 보여진다는데
어떤 손님은 날것의 아름다움이라 칭찬해주는가
반면에 깔끔하지 못하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네요.
천년식향은 가치를 판매하는 식당이 되길
원한다고, 아직 한국 미식업계에서는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게 잠정적 결론이지만
계속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되지 않겠냐고 말이죠.

행정사 도움없이 최소의 비용으로 블로그로
쌓아낸 법문해력, 국세청과 관세청에게
끊임없는 질문으로 얻은 정보력으로
주류 수입사 창업을 진행했던 그 과정은
나름대로 행복했다 고백하는 저자.
저자가 식당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와인을 권하는 이유는 내추럴 와인을
만드는 과정이 마치 천년식향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슷하기 때문이라 말합니다.
불완전함의 완전함, 그것으로부터
나오는 다양성의 묘미와 같이.
특별한 경험을 하러 천년식향에 방문했다면
평소 먹지않았던 내츄럴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을
누리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내츄럴와인의
다양성을 느끼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계약금제도, 어려운 요리 정체성, 가격,
제로웨이스트까지 대중적이지 않고 오히려
불편한 부분이 많음을 인정하고 있는데요.
개업초기에는 보편적인 가격에 음식값을
책정했더니 솔직하게 인건비도 안나왔다고
합니다. 경영을 하다보니 음식가격에 노동력을
책정하지 않았음을 알게되었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방법을 찾았다 합니다.
소수 맞춤형 예약제로 말이죠. 하지만
천년식향도 어떻게 하면 비건음식을 대중화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하는데, 여러가지
문제점에 부딪히기에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나의 방안으로 팝업행사를 열어
이윤보다는 홍보의 목적으로 진행하는데
그 동안 찾아준 손님들에게 감사표시를
하는 의미와 함께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이죠.


한우오마카세, 참치오마카세와 같은 식당처럼
때로는 천년식향이 허영스러운 공간이
되어도 좋으니 다양한 채소를 통해 소박함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채소도 사치하고
욕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고 합니다.
채소가 귀해져야 농부도 살고 지구도 산다는
가치관 아래에서 요리를 하기 때문이라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갔지만 음식과
아울러 가치를 파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던 천년식향의 주인인 모녀.
솔직한 음식평가는 중요하지만 음식,
가게, 점주, 직원을 모욕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는군요.
그리고 손님이 보기에 비싸보이는 가격일지라도
재료비, 인건비를 고려했을 때 제대로
책정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고 합니다.
고기요리와 비슷하거나 혹은 더 비싼가격으로의
책정은 맛있는 비건다이닝이 지속할 수 있는
중요한 전제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맛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의 시간과
품 역시 가격으로 환산되는게 맞다고 생각하기에.

읽는 내내 한국에서 여태 보지못한 느낌의
다이닝 식당임에도 그들이 추구하는 중심을
가지고 있기에 그 음식들의 맛이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가격대가 비싸다고 하니 책에서 나온
여러 사례들과 같이 나 또한 방문하게 되더라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책에서 여러번 강조해서 말하듯
음식을 만듦에 있어 재료의 다양함과 신선함,
정성과 투자되는 시간 등등 여러가지의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마땅히 받을 수 있는
금액이기도 할 것 같고 소수의 예약된 손님만
받는다고 하니 음식을 대접받는 기분으로
음미하며 먹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만 같아요.
비건식을 선호하지 않기에 찾아 먹어본 적도
없지만, 책 내용을 읽다보면 한번쯤은 방문에
도전해보고픈 그런 식당이 아닐까 싶습니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파람북 에서
무상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