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에게 - 성공한 예술가들이 보내는 23통의 편지
아트온페이퍼 편집부 엮음, 정아롱 옮김 / 아트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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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예술이다.  

그렇다면 예술가는 예술 그 자체가 될 수 있는가?  

누구든 젊은 한때, 비밀스레 예술가를 꿈꿔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꿈은 평생에 걸쳐 은밀하게 되풀이될 수도 있다.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길이 남아 영생을 얻는 예술을 남길 수 있다면!  

하지만 그같은 갈망 속에는 현실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예술가는 단지 예술에 대한 고민 때문에 말라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외적인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말라가는 것일 수도 있다.  

생계를 어떻게 이어갈지, 어떻게 비평가의 눈에 들 수 있을지, 어떻게 작품을 팔고 유명해질지, 그리고 '뜨지 못한 시간' 동안의 뼈저린 고독을 어떻게 감내할 수 있을지....  

이 책은 예술가가 젊은 예술가에게 주는 조언으로 구성돼 있다. 가상의 젊은 예술가가, 이 시대 대가들에게 질문을 하면 대가들이 답장을 보내준다. 흥미로운 것은 처음에 제기된 그 질문이 이 책엔 드러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술가들이 보내온 답장을 읽으면서, 젊은 예술가가 물었을 질문의 목록을 나름대로 상상해볼 수 있었다. 아마 현실 속에 어떻게든 발을 디뎌야 하는 '생활인'으로서 예술가의 고민이었을 것이다. 예술계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까지도 어쩌면 예술가가 생활인의 한 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테니까.  

이 대가들은 방황하고 주저하는 젊은 예술가에게 용기를 준다. 과감히 자기자신을 믿고, 예술을 향해 나아가라고 힘을 북돋워준다.  

그렇다고 해서 예술가의 어려움을 회피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직설적으로 말해버린다. 끊임없이 고독과 싸워야 하는 존재, 그럼에도 세상의 신비를 믿고 작품에 천착할 때 진짜 예술을 탄생시킬 수 있는 존재. 그게 바로 예술가라고.  

젊은 예술가들이 이 책을 본다면 다시금 예술 속으로 몰입할 힘을 얻을 것이다.  

두려움-실패에 대한 두려움, 이것이나 저것을 얻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알아야 합니다. 두려움은 우리를 지배하고, 우리를 궤도에서 멈춰 서게 하고, 기본권의 침해에 의문을 제기하는 걸 막는 장치입니다. 이것은 압제자의 도구입니다. 두려움은 경고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끔 두려움을 향해 다가가면 그것이 핑계라는 걸 깨닫습니다. 당신은 무엇이 두려운 것입니까? (38)  

 당신은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찾아야 합니다. 위험을 무릅써야 합니다. 예술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도박입니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안전한 상상력은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39)  조앤 조너스  

 예술가들의 삶의 중심이 되는 요소(이것은 예술가가 아닌 사람들이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입니다)는 작업실의 외로움입니다. 우리의 주행이 끝나기 전에, 우리는 우리가 만드는 것들을 그냥 뚫어지게 바라보는 데에만 수천 시간을 들이게 될 것입니다. 에술가들을 이해하려면 우리 경험에서 이 부분은 예술가들의 삶에 관한 모든 관념 속의 한 요소로 포함시켜야 합니다. 다른 어떤 이유보다 바로 외로움 때문에 많은 예술가들이 작업을 그만둡니다.  

당신이 익혀야 할 필수적인 생존 기술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수년간 자기 자신을, 그리고 작업을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려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바로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자기 작업에 매혹되고 예술작품을 만드는 일에 사로잡히는 것입니다. 당신의 작업을 계속하는 데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승인이 필요하다면 당신은 곤란에 빠질 것입니다. (63,64) 토머스 노즈가우스키

세상은 당신의 것입니다. 세상은 당신의 작품을 위해 무한한 자료를 제공해줄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다시 세상을 바라보세요. 세상은 갑자기 다른 곳, 너무나 흥미롭고, 너무나 아름답고, 또 너무나 신비로운 곳이 됩니다. 즐기세요. 그리고 당신의 즐거움을 우리와 함께 나누기를.(117)  오노 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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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의 고백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
미시마 유키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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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아름다움이라는 놈은 무섭고 끔찍한 것이야! 일정한 잣대로는 정할 수가 없거든. 그래서 무서운 거야. 왜 그런지 신께서는 인간에게 자꾸 수수께끼만 던져주신다니까. (...) 실로 신비는 무한하다니까! 이 지구상에는 어지간히도 많은 수수께끼가 인간을 괴롭히고 있어. (...) 야아, 실로 인간의 마음은 광대해, 지나치게 광대할 정도지. 나는 할 수만 있다면 그걸 좀 줄여보고 싶다니까. 에이, 제기랄,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네, 정말! 이성의 눈에는 오욕으로 보이는 것이 감정의 눈에는 훌륭한 아름다움으로 보이니 말이야. 애초에 악행(소돔) 속에 아름다움이 있는 건가?  

...... 그나저나 인간이라는 건 자신이 찔리는 것만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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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  

다들 아마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는 못했더라도, 그가 '할복자살한 예술가'라는 점만은 알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예술가의 죽음에는 사람들이 그가 이룩한 예술 만큼, 때로는 그보다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왜일까. 왜 그런 것일까.  

그러나 이 소설을 읽고 나면, 그가 비록 할복자살이란 센세이셔널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더라도, 그가 충분히 논쟁적인 작가로 남았으리라는 점을 확신하게 될 듯하다.  

누가 소설 속에서 감히 가면을 벗으라 했는가?  

소설은 원래 꾸민 이야기, 그 판에서 노는 한바탕 놀음이다.  

하지만 가면이 살을 파고들어가버린 이 소설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진짜와 가짜 사이를 너무 교묘하게 넘나든다. 그래서 난, 너무 고통스러웠다.  

인생은 가면 무도회. 한 판의 연극. 그걸 너무 일찍 깨달아버린 작가.  

정말 그의 말처럼, 그는 살까지 파고든 가면을 쓰고 있었던 걸까?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그는 가면을 썼기에 오히려 진실에 가까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대학시절, 내가 있던 동아리 이름이 '탈'이었다. 마당극 동아리였다. 그리고 허름한 동아리방에는 이런 말이 붙어 있었다. "탈을 씀으로써 탈을 벗는다" 인간이란, 가면을 쓸 때 자신의 본질에 대해 한층 자유롭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성과 관련된 문제에서, 일본은 꽤 개방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동성애에도 별다른 죄의식을 부여하진 않았을 것 같다. 그냥 내 짐작이다. 하지만 수십 년 전을 살았던 작가가, 만일 동성애자였다면 그가 인생을 한 판의 '가면무도회'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임은 이해되고도 남음이 있다. 몸에 각인된 반응과 사회적으로 보여야 하는 반응이 다를 때 인간은 매순간 연극을 한다. 비록 책 말미 해설엔 그가 동성애자였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붙어 있지만, 난 모르겠다. 어떤 편이었든 간에 그가 일생을 걸고 가면과의 치열한 사투를 벌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가면과 한 몸이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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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0  예의 '연기'가 나를 이루는 조직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그것은 이미 연기가 아니었다. 나 자신을 정상적인 인간이라고 위장하는 의식이 내 안에 있는 본연의 정상성까지도 잠식해서, 그것이 위장된 정상성일 뿐이라고 일일이 일러주지 않으면 속이 개운하지 않게 되었다. 바꾸어 말하자면, 나는 거짓밖에는 믿지 않는 인간이 된 것이다. (...) 이러다가 나는 나 자신을 부정하는 것마저 불가능한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  

 p.150  그와 동시에, 가령 이별이 찾아오지 않더라도 남녀 관계라는 것은 '모든 것이 지금 상태 그대로'에 멈춰 있기를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음으로써 또 하나의 착각도 무너뜨렸다. 나는 숨막히도록 똑똑히 깨달았다. 하지만 어째서 이대로여서는 안 되는가. 소년 시절 몇천 번을 물었던 그 물음이 다시 입가에 떠올랐다. 어째서 모든 것을 망가뜨리고 모든 것을 옮기고 모든 것을 유전하는 흐름 속에 내맡기지 않으면 안 되는 괴상한 의무가 우리 모두에게 부과되어 있는 것일까. 이런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의무가 세상에서 말하는 '생'이라는 것인가.  

 p.179 출발하는 날 아침, 나는 물끄러미 소노코를 바라보았다. 여행자가 지금 막 사라지려는 풍경을 바라보듯이. 모든 게 끝났음을 나는 알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바로 지금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나 혼자만은 모든 게 끝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 또한 주위의 다정한 경계의 기척에 몸을 내맡기고 나 자신을 속여보려 애썼지만, 나만은 모든 게 끝났음을 알고 있었다.  

p.218 잠시 동안 우리는 늘 하던 대로 무의미하고 헛되게 맴맴 도는 불성실한 대화를 이어갔다. 더위 탓이었을까, 그런 대화가 더욱 공허하게 느껴졌다. 타인들끼리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잠에서 깨어나는 찰나에 그때까지 꾸었던 즐거운 꿈을 잃기 싫어 다시 자보려고 애쓰지만, 그 애타는 노력 때문에 오히려 더 말똥말똥해져서 결국 꿈을 잃고 말았을 때의 기분, 그 빤하게 가르고 들어오는 각성의 불안, 그 깨어나는 순간에 느끼는 꿈의 허망한 열락, 그런 것들이 우리 마음속을 질 나쁜 병균처럼 파먹고 있음을 나는 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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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들어 나도 나를 모르겠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보이고 있는 진실이 뭔지, 진짜 나란 존재는 뭔지 모르겠다. 사춘기도 아닌데 갑자기 그런 질문에 부딪혀서 어찌할 바를 모를 때도 있다.  

가면놀음은 즐겁다. 그렇지만 평생 이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하는 게 인생이라면... 언젠가는 살까지 가면이 파고들기 전에 한번 벗어보고도 싶다. 어쩌면 가면을 벗는 일은 단지 가면을 떼낸다고 될 게 아니라 또다른 가면을 씀으로써 가능해질 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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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박성원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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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거리에서의 우수와 신비로움.  

이야기와 이야기가 맞물려서 돌아간다.    

특히 아빠를 찾아나선 한 딸의 방랑기는 흡사 안개 속의 풍경을 보는 것만 같다...  


p.243

남은 것은 절망뿐이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작업실을 둘러보았다. 말라비틀어진 물감 냄새가 곳곳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고, 바닥에는 털 빠진 붓이 두어 개 떨어져 있었고, 바닥에는 털 빠진 붓이 두어 개 떨어져 있었고, 형광등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는 허무함과 무력함만이 토실하게 자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창문을 통해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거리는 무척 조용했다. 도시에 남아 있는 것은 햇빛을 받아 이글거리는 벽과 번쩍이는 유리들이었다. 같은 드라마를 보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생각만 하는, 그는 도시가 싫었다. 진작 떠났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도시의 뼈대는 광신이고, 도시를 부유하는 공기는 맹신 뿐이다. 도시를 지탱하는 것은 오직 헛된 믿음뿐이다. 도시뿐인 이 나라는 전체가 미쳤다. 오직 밝음뿐인, 하늘이 준 어둠마저 파먹고, 오직 밝음뿐인 이 도시는 미쳤다. 오락과 오락을 애국으로 생각하는 이 사람들은 모두 미쳤다. 

<몰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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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사회 : 사자, 개미, 마모셋원숭이 과학과 사회 6
기 테롤라즈 외 지음, 이수지 옮김 / 알마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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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동물들의 사회. 인간도 결국은, 동물이다.  

진화하고, 진화란 결국 인간 개체 자체가 아닌 종의 번식을 위한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서글퍼진다.  

 

하지만 이 책은 생물학적 관점에서 모든 걸 정당화시키는 책은 아니다.  

이기적인 유전자와 그런 인간들이 모여 사는 사회가 어떤 매커니즘으로 구성돼 있고 어떻게 흘러가나 살펴보다보면 인간 삶과 사회에 대한 혜안을 얻는다.  

 

책도 참 예쁘게 생겼다.^^  


71

 번식을 위한 사회 조직 방법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반면, 단 하나의 동일한 논리가 그 진화를 지휘한다. 이 논리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모든 생물은 죽음을 벗어나지 못하며 그들의 존재는 일시적일 뿐이다. 반면 그들 유전자 안에 담긴 정보는 한 개체에서 자손으로 넘어가 세대를 거쳐 옮겨짐으로써 시간에 과감히 맞설 수 있다. 그러려면 이 정보는 어떻게 해서든 임시로 위임받은 자의 생존과 번식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 정보는 그 개체가 놓인 환경 속에서 생존과 번식의 기회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해부학적, 생리학적 특성 또는 행동 특성을 부여해야 한다. 진화의 논리는 결국 시간이 흐르면 유전자마다 생존에 차이가 생긴다는 논리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추론을 연장해보면, 사회 조직을 비롯한 현재 종들의 주요 특징은 과거에 일어난 진화의 산물이다. 진화가 일어나는 동안 그 특징들을 만드는 데 기여한 유전자들은 채택된 반면 다른 결과를 가져왔을 특징들은 제거된다.

- 프랑크 세지이, 다양한 짝짓기 체계는 환경이 부과한 제약에 대한 적응

 

138

 즉 자기중심적인 전략은 그것을 실천하는 개체로 하여금 집단의 다른 개체들의 수익보다 자신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하므로 공통된 이해관계가 결코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집단마다 불가피하게 '사기꾼'들을 두게 되는데, 이들은 남들의 투자를 이용하고 이기적으로 집단의 규모를 늘리며 협동 전략의 출현을 막는다. 자연선택은 최상의 세계로 이끌지 않는다. 기껏해야 타협할 수 없는 개체들의 이해관계를 안정된 균형으로 이끌 뿐이다.

- 프랑크 세지이, 뤽 알랭 지랄도, 총체적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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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의 여왕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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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어트란 뭘까.  

몸의 군살을 빼는 것.  

그러나, 살을 빼면서 필요한 것들도 빠져나간다. 칼슘이라든지. 몸에서 없어선 안 될 것들.  

마음에서도, 필요한 것들마저 빠져나간다. 자부심과 나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애착 같은 것들.  

삶을 사랑하고 더 사랑받기 위해 다이어트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버린다.  

타인에게 이해받기 전에 나 자신을 이해하라! 그것이 이 책이 던져주는 메시지.


344

 "정연두씨는...... 말하자면 이 병을 사랑하고 있는 겁니다. 다른 모든 거식증 환자들처럼, 낫고 싶지 않은 거죠. 먹지 않는 것이 엄청난 능력이라고 자부하고 있어요. 그래서 뚱뚱한 사람을 점점 더 증오하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절대로 속으면 안 돼요. 그게 바로 이 병의 가장 힘든 점입니다. 연두씨가 낫고 싶지 않은 이유는 최단비씨 때문이 아니에요. 그것 하나만큼은 분명해요."

 "그럼 무엇 때문이라는 거죠?"

 "정연두씨는 기억이 돌아오는 것보다, 다시 뚱뚱해지는 게 훨씬 더 두려운 겁니다!!"

 의사가 나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렇지 않나요?"

 

345

 "거식증 환자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펴보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요. 자기보단 늘 다른 사람이 우선인 사람들이고, 헌신적인 연애를 합니다. 헌신적인 회사원이고, 헌신적인 딸인 경우가 많아요. 늘 타인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 입힐 말은 자제하죠. 제가 볼 때, 연두씨는 최담비씨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357

 의사가 말했다.

 사람은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보다 이해받고자 하는 욕구가 훨씬 더 크다고. 하지만 타인에게 이해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다. 바보 같고, 멍청하고, 때론 죽이고 싶을 만큼 어리석은 내 안의 모습들을.

 

411

 "우린 모두 두 개의 눈을 갖고 있지만 어떤 자들은 악을 보지 ㅇ낳으려고 한 눈을 감고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선을 보지 않으려고 다른 한 눈을 감고 있네."

 상담치료가 끝나던 날, 의사는 내게 피에르 신부의 아포리즘을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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