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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박성원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거리에서의 우수와 신비로움.
이야기와 이야기가 맞물려서 돌아간다.
특히 아빠를 찾아나선 한 딸의 방랑기는 흡사 안개 속의 풍경을 보는 것만 같다...
p.243
남은 것은 절망뿐이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작업실을 둘러보았다. 말라비틀어진 물감 냄새가 곳곳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고, 바닥에는 털 빠진 붓이 두어 개 떨어져 있었고, 바닥에는 털 빠진 붓이 두어 개 떨어져 있었고, 형광등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는 허무함과 무력함만이 토실하게 자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창문을 통해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거리는 무척 조용했다. 도시에 남아 있는 것은 햇빛을 받아 이글거리는 벽과 번쩍이는 유리들이었다. 같은 드라마를 보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생각만 하는, 그는 도시가 싫었다. 진작 떠났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도시의 뼈대는 광신이고, 도시를 부유하는 공기는 맹신 뿐이다. 도시를 지탱하는 것은 오직 헛된 믿음뿐이다. 도시뿐인 이 나라는 전체가 미쳤다. 오직 밝음뿐인, 하늘이 준 어둠마저 파먹고, 오직 밝음뿐인 이 도시는 미쳤다. 오락과 오락을 애국으로 생각하는 이 사람들은 모두 미쳤다.
<몰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