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정몽구 지지 않는 이건희
박상하 지음 / 펜하우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 대부분은 이직이나 창업을 꿈꾸며 기회를 노린다. 하지만 기업가의 유전자가 없거나 강인한 의지가 수반되지 않으면, 결코 오래가기 힘들다. 과연 대기업 총수들이나 작더라도 창업하여 기업을 유지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사업자 등록까지는 해봤지만, 경영에 전혀 근접할 수 없었던 나를 보면, 창업하여 몇 년 째 사업을 잘 이어가는 친구와 비교된다. 이런 경영 능력은 노력하는 것도 있겠지만 선천적인 재능이나 어떤 자질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꼭 경영 자질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성격이나 성향이 태어난 당시의 경영 조건과 잘 맞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과연 그런지는 검증할 수 없으나 복합적인 성공요인으로 반드시 작용할 것이다. 국내 굴지의 기업 2인을 비교한 < 이기는 정몽구 지지않는 이건희 >(펜하우스, 2012)를 보면 방향성 있는 두 최대 주주의 리더십을 다루는데, 경영마인드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성향이 경영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도서에서는 무엇보다 먼저 두 사람의 아버지들을 다루는데, 참고할만 하다.

[또한 정주영이 수평적으로 사람을 아우르고 품은 반면에, 이병철은 수직적으로 옥석을 고르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이러한 두 인물의 차이점이 결국 중공업 중심의 현대제국과 전기전자 중심의 삼성제국을 이룩해냈다.] 31p

내용이 전반적으로 현대와 삼성을 칭송하며, 기업가들의 장점만을 소개하고 있어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결과론적으로 잘 되었기 때문에 그들의 품성을 다룬다고 여길 수 있는데, 전혀 관련 없지는 않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의 판단이 이 시대에 잘 맞았기 때문에 승승장구하여 지금에 이르렀다는 건 사실이다. 제목부터 이 책에서 소개할 내용을 드러내는 것이므로, 인정하고 읽어야 한다. 처음 읽을 때는 큰 느낌이 없었는데, 다시 한번 살펴보니 탄생부터 경영 수업 받는 데 까지가 너무 전기적이다. 이 부분은 조금 건너 뛰고 그 이후의 추진력 등을 주의 깊게 읽는게 좋겠다.

[이윽고 1993년에 이르자 그는 이른바 '바꾸자'는 경영을 선언한다. 작심을 한 듯 새해 벽두부터 '변해야 살아남는다'는 자신의 생각을 신년사에 밝힌데 이어 전자 계열사, 중공업 계열사, 화학 및 기타 제조 계열사, 금융 서비스 계열사 등 연이어지는 사장단 회의에서 '바꾸자'를 쏟아냈다.] 193p

영화 <광해>(2012)에서는 왕이 세운 대역이 왕 노릇을 하며 임의대로 정치를 한다. 이건희는 경영권을 물려 받은 후, 제 2의 창업이라는 슬로건으로 구조조정과 단행을 실시한다. 영화에서는 그 정도까지 파격적이지는 않았지만, 당시 각 제상들의 의견이 수렴되는 방식과는 다르게 운영되어 반발이 나오게 된다. 기업 경영은 왕은 아니지만 거의 왕처럼 절대 권력으로 행정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최대 주주라 하더라도 여러 임원들과의 관계를 조율해 나가야 할텐데 초기 부터 아예 그런 걸 고려하지 않고 추진했기 때문에 지금의 삼성이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국제적으로 선진국에서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행위는 없어지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당분간 이어지리라는 생각이다. 부자 세습이라는 좋지 않은 양도일 수도 있고, 기업 자체로서도 건강해지기 어려운데, 인간적인 한계로 그러지 못하는게 실정이다.

제목에는 정몽구, 이건희만 들어갔지만, 그들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고 정주영과 고 이병철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 야구에서도 SK가 김성근 전 감독의 방식을 이만수 감독이 이어가는 것처럼 당분간은 이만수 감독이 김성근 감독의 그림자를 벗어나긴 힘들 것이다. 정몽구, 이건희, 아니 정주영, 이병철의 경영으로 국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의 경영방법이 계속 유효하지는 않으므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정몽구, 이건희는 충분히 잘 지켜오고 발전시켜 왔으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두 부자간의 관계나 양도 구도를 살펴보며, 왜 이기는지, 지지 않는지에 대해 관찰하면 좋은 책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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