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열리는 나무, 트리즈마인드맵
오경철.안세훈 지음 / 성안당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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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특허를 두번 출원한 적이 있다. 최근에도 거절 통보를 받아 발명가라는 타이틀은 얻지 못했지만, 크게 낙담하진 않는다. 특허도 일종의 형식에 지나지 않는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정말 만인이 인정하고, 내 자신도 발명했다고 자부할 수 없다면 등록되어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는 할 수 없다. 아무튼 거절 통보 이후로, 특허나 발명에 대해 관심이 떨어진 가운데, < 트리즈 마인드맵 >(성안당, 2012)을 읽게 되었다. 제목을 보고, 브레인 스토밍이나 생각을 전개하는 방법에 대한 책으로 생각했는데, 읽어 나가다 보니, 발명과 창의성에 관한 내용이었다. 겐리히 알트슐러의 창의적 문제 해결 이론인 트리즈(TRIZ: Teoriya Reshniya Izobretaltelskikh Zadatch)에 관한 내용으로 발명의 방법론을 제시한다고도 할 수 있다. 여기서는 40가지 발명원리를 해설하는데, 역시 쉬우면서도 굉장히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서로 상반되어 동행할 수 없는 평행의 관계를 40가지 원리로 해결해 유용한 제품,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실질적인 사례가 주요 내용이다.
['무거운 물통을 들어서 옮겨야 하지만, 물통을 들어서 옮기지 말아야 한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중략~ 바로 이 모순을 Hippo Roller(우리말로는 '굴리기 물통'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가 단번에 해결해주었다. 이 물통을 이용하면 물을 들어서 옮길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한번에 4배나 많은 물을 길을 수 있다.] 119p
가난한 지역에서는 물을 옮기는 것도 큰 노동이다. 예전 우리 선조들은 막대기 양 옆에 물통을 달아 옮겼는데, 너무도 힘들었을 것이다. 자동차 등의 운송수단을 보급할 수 없는 곳은 Hippo Roller라는 드럼통 모양의 물통을 지원해 힘겨워하는 주민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예전에 이 아이디어를 책에서 본 적이 있는데, 발명원리 '굴리기/높이맞추기'에서 다루고 있어 눈에 띄었다. 결과와 원리가 반대로 되어 결과에서 원인을 찾은 경우 일 수도 있으나, 원리를 깨달으면서 이를 이용해 새로운 발명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불편을 느끼고 있는 것들이 많은데, 가장 간단한 원리인 '분할'을 통해 해결한 사례가 있어 또 하나의 발명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건 카드의 분리 보관인데, 용도별로 카드를 카드 지갑에 따로 따로 보관하면, 외출할 때 지갑의 모든 카드를 다 들고 나가지 않아도 되어 분실의 위험도 줄이고 부피도 감소시킬 수 있다. 체육시설의 회원카드나, 대형마트의 포인트 카드 등은 지갑에 같이 보관하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다. 종류가 많으면 찾기도 불편하니, 아예 따로 분리시키는게 분할의 원리인 것이다.
['젓가락은 분명 두 개가 똑같아야 한다. 하지만 젓가락이 똑같으면 젓가락질을 제대로 배우기가 쉽지 않다'는 모순을 찾을 수 있다. 이 모순은 왼쪽 그림과 같이 엄지용 젓가락과 검지용 젓가락을 서로 다르게 만들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87p
아이들을 키우는 집에 가면, 젓가락질을 배우는 아이들의 전용 식기가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신기해서 직접 써보기까지 한다. 지금은 많이 나와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흥미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이는 '비대칭'원리로 탄생한 발명품으로 굉장히 획기적이다. 사실 나는 젓가락질을 잘 못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발명품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혹시 성인용이 있으면 써볼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외부에서 식사가 많은 관계로 구입하더라도 자주 쓸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한 번 몸에 익었기 때문에 고치기 어려운 습관으로 남아 있어 추후에도 도전 과제가 될 것 같다.
마트의 카트는 '포개기' 원리를 이용한 발명품이다. 지금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 처럼 보이지만, 처음 나왔을 때는 '유레카'를 외칠 정도의 대단한 상품이었다. 야외 취사용 냄비 셋트도 이런 원리로 제작되었을 것이며, 조립식 수납장 처럼 이동성을 강조한 제품도 이와 같을 것이다. 이 밖에도 주변의 모든 물건들을 흥미롭게 만드는 사례들을 제시해 읽는 내내 즐거웠다. 후반부에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마인드 전개 법, 제목에서 나타내는 마인드맵 작성법에 대해 다루므로 끝까지 읽으면 손쉽게 발명이 가능할 것 같다. 요즘은 제작이 예전보다 용이해져 무수한 발명품이 나온다. 정책이나 반대 세력에 의해 뭍히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좋은 상품은 대박으로 이어진다. 대박을 위한 발명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창의성을 위하고, 세상의 편안함을 가져다 주는 발명은 계속되리라 생각하면, 이 책이 더 가속화 시킬 것이라 확신한다.

www.wece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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