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심장에 말을 걸어라
정명진 지음 / 토네이도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내가 '의전'이란 단어를 처음 들은 것은 3박 4일 일정으로 강사를 초빙하여 강연하는 어떤 행사의 스텝을 맡을 때였다. 나는 당시 본부에 있었는데, 의전팀이라는 알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오히려 본부보다 더 깨끗하고 먹을 것도 많은 쪽이라 의아함을 느끼다가 지인에게 의전팀이 뭐하는데냐고 물었다. 강사들에게 휴게실을 제공하고 다음 강연장까지 안내하는 일을 맡는 곳이라 했다. 원래는 호텔에서 강의실까지 풀 서비스로 안내하지만 행사 특성상 이곳은 허술하다고 전했다. 강사들의 명성이 대단하긴 하지만 이런 과도한 허례허식으로 그들을 대접하는 건 그리 달갑지 않았다. 그 후, 국내에서는 APEC이라던가 큰 국제행사를 치르며 VIP를 대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대기업 대표들의 수행담을 접하게 되면서 '의전'에 대해 알아갔다. 도서 < 상대의 심장에 말을 걸어라 >(토네이도, 2012)는 '의전관광'사업을 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일전에 경험이 없었다면 의전관광을 더 없이 비판했을테지만, 어느 정도 이를 알고 있었기에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대학을 다닐 때, 외국대학 교수 초청 강의가 있어 인천공항까지 나간 적이 있다. 그 때는 저녁 시간이라 큰 일정이 없었지만, 다음 날 강의 후에 관광을 시켜야 하는 스케줄이 있었다. 나야 물론 학생이었으므로, 포스트 닥터과정의 박사님이 그 일을 맡았지만 꽤나 골치아프게 생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소규모 사업장이나 의전에 대한 기반이 없는 곳은 누군가가 외부 인사를 챙겨야 한다. 그 사람이 VIP라면 정말 융숭한 대접을 하지 않고는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힘든 것이다. 유쾌한 상황이라면 직접 돌아다니길 원해 숙소 정도만 정해주고, 통역 정도를 지원해 주길 바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보통은 문화공연, 전통문화, 쇼핑, 드라이브와 함께 장소 이동 등을 책임져야 한다. 보통 VIP는 정해진 일정에 익숙하지, 자발적으로 어딜 관광하고 싶어하거나 알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제목 자체로는 전혀 어떤 내용인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몇 장을 넘겨서 직업이나 하려는 얘기를 알 수 있었다. 저자는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각 기업과 대학, 심지어는 종교단체에서도 이런 의전관광에 대해 힘들어하는데, 탄탄한 노하우와 경험으로 일을 대행해주는 것이다. 관광가이드와는 확실히 차별점이 있다. 가이드는 고객 분석 없이 정해진 매뉴얼대로만 수행하지만, 저자는 고객의 특성에 따라 동선도 바꾸고 시간 개념이 미약한 사람에게는 확실한 공지를 포함해 낙오되지 않도록 특별히 챙긴다. VIP에게 전달하기 위해 그 밤에 멸치볶음을 준비한 저자의 열정은 고객의 심장과 대화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그런 성의를 보인 적인 있었나 하는 깊은 생각을 하게 했다.

[길들지 않은 새 구두는 발이 아프다. 그러나 헌 신발이 편하다고해서 평생 밑창이 달은 신발을 신을 수는 없다. 우리 일도 마찬가지 아닐까? 익숙하고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 안정적이라고 생각되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은 아니다. 누가 봐도 개선점이 보이고 비효율적인 상황에서도 기존의 방법을 고수하는 것은,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려는 수고가 싫고 적응하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85p

조직은 헌 신발에 익숙해서 변하려 하지 않는다. 새로운 제안들로 변화를 요구하면 수동적으로 움직인다. 새 신발이 불편한 것이다. 간신히 길들인 신발을 아픈 신발로 갈아 신고 싶지 않아한다. 새 신발이지만 여러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계속 옛 방식만 고수한다. 변화와 발전이 없는 조직으로 남는 것이다. 신입사원들도 초반에는 변화를 시도하지만, 상사들은 예전에 해봤는데 잘 안된다를 연발하고, 조금 지나면 다른 방법을 쓰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로 단정하며, 금방 자신의 의견을 접는다. 3개월 동안의 적응 기간을 거쳐 이런 저런 시도가 1년 정도까지 이어지지만 업무가 다 파악되면 그 때는 떠나거나 참고 남아있게 되는게 보통 직장생활이다. 저자는 이 생리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으며, 어떤게 제대로 사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준다.

주변의 반 이상이 사행성 복권에 열을 올린다. 인생은 한 방이라는 생각으로. 그러나 저자는 인생은 단 한번 이라 말한다. 한 방이면, 잘 될 수도 있지만 훅 갈 수도 있다. 단 한 번 뿐이니, 계획적이면서도 도전적으로 사는게 좋다. 저자는 도전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또한 매사에 항상 최선을 다하며 자신에게 충실하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올 때 가장 먼저 찾는 것은 그녀이며, 그녀가 한국에 대해 준 추억을 너무도 소중하게 기억한다. 애국자이기도 한 그녀의 멋진 활동력이 너무도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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